야고부

입력 1997-10-29 00:00:00

어제 만난 정치학교수에게 요즘의 정치상황을 물어봤다. '무슨 틀이나 룰이 있어야 말을 하지요…'라고 난감하다는듯 말을 했다. 오히려 그는 '언론에서 더 잘 알것 아니냐'며 되묻는 것이었다.지금 정치학자가 아니더라도 시중에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압도적이다. 거대 여당이자유경선으로 뽑은 대통령후보의 인기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경선에서 2등한 사람의 인기가 상승하는 점도 그렇다. 더욱 혼란스런 것은 두 야당총재의 '내각제 합의'와 이에따른권력분점타결내용이다. 대통령중심제나 내각제나 다같이 민주적 정치제도인데, 본시 대통령제를정강정책의 기조로 삼고있는 정당이 내각제를 주장하는 정당의 요구를 전폭수용하고 대통령과 총리를 나눠갖자고 합의한 것을 보고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나오고도 남는다. 후진을지도하고 훈계할 나이의 70대 노인 두사람이 너는 대통령 나는 총리, 그 다음은 총리당신 마음대로 대통령을 하든지 말든지…하는 '합의'가 하도 기묘(奇妙)해서 넋을 잃게 된다. 92년 대선전 3당합당때는 야합(野合)이니 뭐니 욕을 하면서도 그렇게라도 군사정권과의 절연(絶緣)을 기대한 바있으나 이번 '공동정권' 구상에 대해선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자식도 못믿는다는 '권력'의 세계에서 합의각서가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불안하다. 마침 야당의 두총재가 합의한 내용은선거법위반(230조1항1호:…공사(公私)의 직(職)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법리논쟁이 또 한차례 있을 것 같다. 한 정신과 의사가 어린이 장래희망을 조사해봤더니 '대통령 또는 장관' 희망은 10위(14%%)였다. 유명인(탤런트·체육·기타 특기자) 1위(50%%), 부자(41%%)에 비해 형편없다. 순진한 아이들의 '대통령 될래요'하는 꿈은 이미부서졌다. 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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