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美 흔든 극우망령 조명

입력 1997-10-28 14:24:00

"마녀사냥" 1950년대 미국은 매카시즘(극단적 반공주의)으로 공포의 분위기였다. 정부내 공산주의자를 이슈로한 마녀사냥식 신상파일이 미국사회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내손에 정부내 공산주의자 수백명의 신상파일이 들어있다"며 반공선풍을 주도한 조셉 R. 매카시상원의원.

50년대 미국의 악명높은 선동정치의 부상과 몰락을 다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마녀사냥-매카시/매카시즘'(로버트 그리피스 지음, 백산서당 펴냄)이 번역출간됐다.

매카시라는 무명의 초선의원이 그렇게 짧은 기간동안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권력의 정상에 설수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매카시가 행사한 거대한 힘이 그의 선동가적 자질보다 매카시로상징화된 반공주의 이슈에서 비롯됐다고 결론짓고 있다.

매카시의 정치적 부상은 당시 공화당이 처한 정치적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 10여년간 집권에 실패한 공화당이 집권을 위해 선택한 필승의 카드가 '정부내 공산주의자'이슈였으며매카시는 단지 그 정점을 자기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함으로써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것이다.상업주의에 찌든 일부 언론 또한 매카시 부상의 일등 공신이다. 일부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끌만하다는 이유로 매카시의 근거없는 발언을 대서특필하면서 그의 정치적 후원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근거없이 조성된 신상파일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자 혹은 공산주의 동조자로 몰렸지만 미국상원과 행정부는 물론 미국사회 전체가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매카시의 부도덕한 언론플레이에 많은 정치인들이 무기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이유가 있다. 이 시기에 동서 냉전의 서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냉전의 영향보다는 급진주의를 두려워하는 미국사회의 특성이 매카시즘을 낳은 토양이며 이것이 지난 50년간 미국사회를 지배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 매카시즘은 마녀사냥, 불공평한 법원, 시민적 자유의 부정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었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어떤가. 파일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는 여의도를 배회하는 어느 정객으로 둔갑한 매카시를 보는 듯하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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