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끝없는 내전

입력 1997-10-25 15:13:00

"親李-反李 세몰이"

대규모 지지대회로 기선잡기에 성공한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은 내달 1일로 예정된 청와대회담을거부하면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결별수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총재측은 이한동(李漢東)대표까지 가세함으로써 명분과 당심(黨心)을 확보했다고 보고 '힘의 논리'로 비주류측을 압박하고있다.

이총재측은 앞으로 2~3일이 대세를 가늠할 만한 최대 고비라고 판단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풀가동, 지지세 확보에 나서 비주류측의 공세를 수적 우위로 조기에 무산시켜 버리겠다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총재는 27일까지 하루 세번씩 국회상임위 및 지역별 모임을갖고 당의 결속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이총재측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당내분 사태를 조기 종결시킨다는 방침아래 후보를 사퇴하라며 반기를 들고 있는 비주류측에 '나갈테면 빨리 나가라'는최후통첩장을 보냈다. 어차피 끌어 안고 갈 수 없는 세력이라면 조기에 잘라 버리고 가는 것이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총재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정치혁신선언 지지대회에서 " 분란에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대응을 선언했다.

주류측의 정면돌파 의지는 조기 당직개편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우선 사표를 내고 잠적한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 등 민주계출신 당직자와 특보단이 빠진 자리를 조속히 친이회창(親李會昌)인사들로 채워 반이 진영의 공세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사무총장후임에는 강재섭(姜在涉),김태호(金泰鎬)의원 등 민정계 인사들이 거명되고있다. 이총재의 핵심측근인 서상목(徐相穆)기획본부장은 "이총재측의 향후대응은'자기목소리 내기', '제모습 찾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더불어 이총재측은 김대통령과의 결별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있다.2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대구지역 원내외위원장모임에서 강재섭의원은 "이번 선거는 김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가 아니다"면서"그런데도 전.노 두 전직대통령 사면건의를 단 칼에 거부하고 전당대회에서 정강정책의 자구 한 자 손도 못대게 하는 이런 선거가 어디 있느냐"며 그동안김대통령의 이총재 흔들기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강의원은 "이제는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새로운'정권 창출이라는 의지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대통령과의 결별은 정당했다는 것이다.

이총재가 청와대회담을 거부한 것도 만나봐야 얻을 게 없는 김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것보다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 등 다른 대선후보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이 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측은 그러나 이달말까지의 지지도 추이와 여론의 향배가 비주류측과의 내전에서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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