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7-10-24 15:20:00

신한국당 강삼재사무총장이 국민들에게 가장 강렬한(?)인상을 준 대목은 전두환 전(前)대통령에대한 수사착수의지를 밝혔던 때가 아닌가 싶다. 기자회견장에 나와 '전두환은 이젠 구속이야'이라고 외치던 독기서린 듯한 눈초리와 어조(語調)를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 그때부터 그의 돌출행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은 물론 항간엔 숱한 말들이 오고갔다. 그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얘기는 여당 사무총장이 무슨 특권이 있길래 검찰이나 법원이 판단해야할 전직대통령의 인신구속문제를 예단하는 듯한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대목이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엔 DJ비자금을 폭로하면서 그때의 그 모습을 재현하며 정치권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여.야정치권에서 그의 발언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자 그는 정치생명을 걸고 이 문제만은 반드시 밝히겠다며 굳은 의지를 천명,전의(戰意)를 다졌다. 한보사태와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문제로 청문회정국 직전 한때 자취마저감췄다가 이회창총재의 발탁으로 신한국당 사무총장직을 다시 맡으면서 행한 또한번의 돌충행동이었다. DJ비자금문제가 결국 검찰의 수사유보-이회창총재의 김대통령탈당요구순으로 이어지면서 정국이 급변하자 그는 돌연 사무총장 사퇴의사를 밝히고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나 앉고 말았다. 앞뒤 가리지 않는 숱한 돌출행동을 하는 그가 4선의 여당 중진의원의 자질을 가진 것인지 의심스럽다. 사퇴를 하면서 DJ비자금폭로는 이회창총재의 지시에 의해 행한 것이라며 책임전가까지 하는 그에게서 정치도의와 인간적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을 느끼는 국민들도 있다. 공인이자 정치인은 최소한 그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한다.'구시대의 작태'를 청산하겠다는 개혁의 주체였던 그가 김대중총재비자금수사가 무산될 단계에 이른 지금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지킬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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