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산지기 이대실씨

입력 1997-10-24 14:01:00

"조난구조·산불감시 터줏대감"

설악산 같은 명산(名山)으로도 불리고 지리산, 계룡산 같은 영산(靈山)으로도 대접받는 곳이 청량산입니다

5년전인 지난92년 가족과 생이별하고 청량산으로 들어와 산지기 역을 하고 있는 이대실씨(56)의청량산 자랑이다. 공식적인 직함은 아무 것도 없지만 청량산에서 이씨가 하는 일은 산행 가이드,조난 구조대원, 산불감시원등 너무나 많다.

청량사 가는 길에 있는 이씨의 보금자리 산꾼의 집 은 등산객들의 휴식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이씨는 퇴계 이황이 수학했던 정자 오산당(五山堂) 을 관리하던 폐가를 임대한후 단장, 등산객들이 부담없이 찾을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이씨가 9가지 약초를 넣어 손수 끓인 구정차를 무료로 맛볼수 있고 그가 준비해둔 뜨거운 물로 라면을 끓여 먹을수도 있다. 산꾼의 집은 등산객들에게 알려지면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청량산의 명소로 자리잡게 됐다.

산꾼의 집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각종 농기구를 전시실에서 구경할수 있으며 이씨가 직접 만든 목걸이등 목공예품을 염가에 구입할수도 있다.

그는 또 조난구조대원, 등반교사로도 유명하다. 조난당한 등산객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으며 여름.겨울방학때는 암벽, 빙벽등반 강좌를 열어 산악인들을 가르치고 있다.이씨가 청량산에서 이러한 일들을 하게 된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중학교때 불가에 몸담기 위해 청량사를 찾았다가 노스님의 설득으로 집으로 돌아가면서 언젠가 이곳에 들어와 살겠다고 한약속 때문이다.

그는 40여년만에 스님과의 약속을 지키게 돼 여한이 없다며 휴식처를 꾸밀때 짐 나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부인과 자식(2남2녀)들에게 항상 신세를 지게 된 셈이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