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9시쯤 대구 중부경찰서 형사계. 20대 '남자'가 사기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짧은 머리, 조끼까지 갖춰 입은 남성용 정장과 구두 등. 목소리만 조금 여릴뿐 겉으로는 완전한 남자였다. 그러나 이순미씨(27·주거부정)는 주민등록 뒷번호가 '2'로 시작되는 여자.전남 함평이 고향인 이씨는 15세때부터 남자행세를 시작했다. 남자 옷을 입고 다녔고 약국에서남성용 호르몬을 구입, 복용한 적도 있었다. 이씨는 올해 1월 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6·여·대구시 수성구 만촌1동)를 우연히 만났다. 남자행세가 너무나 완벽해 김씨는 이씨가 여자라는 사실을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씨는 얼마뒤 김씨에게 정식청혼까지 했다. 같이 잠을 자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이씨를 두고 김씨는 너무 착해서 그런줄로만 알았다고.
김씨의 환심을 산 이씨는 지난 4월부터 김씨에게 손을 벌렸다. 증권투자를 한다, 아버지가 급전이필요하다, 인테리어업을 하는데 부도가 날 지경이다는 등 여러 이유를 대며 5차례에 걸쳐 2천3백만원을 받아챙겼다.
이씨의 사기행각은 더욱 대담해졌다. 지난 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ㅂ갤러리에서 이씨는 김씨와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이씨의 어머니라는 사람외엔 하객이 전혀 오지 않자 김씨와가족은 이상하게 여겼다. 어머니 행세를 한 정모씨(48·여)도 같은 사기범. 김씨의 추궁끝에 여자임을 고백한 이씨는 김씨 가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4일 이씨에 대해 사기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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