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과학-토이 스토리

입력 1997-10-23 14:01:00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디지털 영상혁명 토이 스토리 . 토이 스토리 는 아이들이 없는 빈 방에서 일어나는 장난감들의세계와 그들의 질투와 우정, 좌절과 희망을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앤디의 생일날 새로운 장난감인 우주전사 버즈가 선물로 들어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동안 앤디가 가장 좋아하던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새로운 친구 버즈의 등장으로 앤디의 사랑을 잃을까 걱정하게 된다.게다가 자신이 장난감이 아닌, 우주를 지키는 우주전사라고 착각을 하는 버즈와 주인의 사랑으로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너무나 장난감적인 우디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게만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장난감을 부수기를 즐기는 악동 시드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고, 그에게서 탈출하기 위해갖가지 모험을 벌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장난감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이 영화는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보다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이 더 매력적이다. 토이 스토리 는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토이 스토리'는 카메라로 그림이나 인형의 모습을 찍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안에서 인물을 만들고 일련의 동작을 프로그래밍하여 이야기를 만든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의 경우 자연스런 동작을 만들기 위해 매 프레임마다 조금씩 달라진 그림을 일일이 그려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이힘들었다. 그러나 컴퓨터로 인물을 만들고 그 인물이 할 수 있는 동작을 입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화면으로 불러내어 장면을 만들면 훨씬 다양한 동작들을 연출할 수 있다.이 영화의 또 한가지 장점은 보다 자연스런 동작과 섬세한 표현을 위해 모션 블러(motion blur)효과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을 찍어보면 어떤 물체가 움직일 경우 약간 흐리게 보이는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을 모션 블러라 한다. 실제로 사람의 눈이 움직이는 물체를 볼때이런 방식으로 물체를 인지한다. 흥미로운 것은 심도나 초점, 모션 블러 등을 통해 사람들은 사물을 보지만 실제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사물을보는 방식대로 화면을 처리하여 현실감 있는 동작을 연출하게 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토이 스토리 는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지금까지 우리는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어 얻은 필름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영화라 하였다. 그런데카메라 없이 만들어진 영화를 영화라 할 수 있을까. 이제는 배우나 세트가 없이도 컴퓨터만 있다면 한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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