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총재 이총재 거들기

입력 1997-10-23 00:00:00

"정치개혁 '함께하자'"

민주당 조순(趙淳)총재가 22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을 선언하고 나선 신한국당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우호적인 손길을 보냈다.

조총재는 이날 오전 이총재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마자 대변인실을 통해 "이총재가 밝힌 3김청산등 결연한 정치개혁 자세는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는 자료를 배포하도록 지시했다.조총재는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교육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에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또다시이총재의 '결의'를 환영하는 한편 검찰의 비자금 수사유보결정에 대해 이총재와 마찬가지로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조총재의 우호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오늘 이총재가 한 말은 그 내용이 그동안 내가주장한 것과 비슷하며, 따라서 이총재를 건전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조총재의 한 측근은 "조총재는 이총재의 기자회견을 지난 19일 건전세력 연대를 위해 정치개혁을촉구한 자신의 '북한산 발언'에 대한 답신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총재측과 적극적인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총재에 대한 우호감을 피력하면서도 조총재는 이총재의 반대편에 있는 신한국당 비주류인사들에게도 연대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라의 정치장래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갖고 있더라도 당내 사정으로 여러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라며 "이총재뿐 아니라 비주류인사와도 앞으로 충분히 대화할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조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이총재의 '정면도전'으로 인해 신한국당 내부 사정이 앞으로 극도로 복잡하게 전개될 것임을 계산한 행동이라고 이 측근은 말했다. 다시말해 더욱 거세질 '후보교체론'의 기류에서 이총재를 대체할 유력한 대안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제고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이같은 조총재의 '양다리 걸치기'는 이총재가 요구한 김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문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조총재는 "김대통령이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며 "김대통령이 굳이 탈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당적보유문제에 관한한 김대통령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건전세력 연대'를 화두로 신한국당에 손짓을 하고 있는 조총재의 의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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