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1018'-'1218'

입력 1997-10-22 15:31:00

'1018'…

요즘 유행하고 있는 ×××파일이나,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며 생필품처럼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비밀번호가 아니다.

한국축구가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6차전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5대1로 대파한 날이 10월18일이다. 한국이 4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어 온 국민을 흥분과기쁨에 휩싸이게 한 '1018'. 차범근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이 투혼을 불살라 엮어낸 장쾌한 드라마. 감독이나 선수 모두가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1018'의 주인공들이다.여기 또 하나의 말없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울산 현대중공업의 잔디축구장인 서부구장. 현대의 고위관계자가 지난 95년 영국과 일본등지에 연구팀을 보내 면밀히 검토, '켄터키 블루 그래스'와 '라이 그래스'라는 서양잔디를 파종해사시사철 푸른 축구장을 조성했다고 한다.

월드컵대표팀은 이 서부구장에서 훈련을 쌓아 일본.우즈베키스탄등과의 원정경기에서 그곳 구장의 잔디에 별 부담없이 적응, 승리를 낚은 원동력이 됐다는 게 축구계의 평가.사계절 푸른 색깔에다 발에 와닿는 감각마저 부드러워 넘어져도 부상위험이 적어 경기력 향상에일조를 한 푸른잔디의 서부구장.

월드컵 본선무대의 꿈과 비전을 탄생시킨 한국축구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낸 주인공인 셈이다.선수들의 투혼.감독의 전술.푸른잔디가 만들어낸 '1018'의 함성은 아직도 속이 후련하다.'1218'…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국민적 대축제이다. 주민의 대표와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정치의 한마당인 선거.

우리는 부도.실업등 최악의 경제위기속에서 국민적 대행사를 치러야 한다.

새 날을 기대하며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12월18일.제15대 대통령선거일 '1218'.

1948년 제헌헌법에 의해 이승만대통령을 초대대통령으로 선출한 이래 열다섯번째 대통령을 선택할 시점에 서 있다. 선거의 주인공은 국민들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국민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못해 참담하다.

앞이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는 게 없기에….

지금 정국은 국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조금은 덜 부담스러워야 현명한 판단을 내릴수 있는 데 말이다.

여당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해 놓고 이제와서 주자를 교체하잔다.

야권에선 "같이 손잡고 뛰자"며 합창을 하지만 하모니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

후보들의 셈은 맞지않고, 시간은 흐르고,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 주인공들은 배역자체를 잃어버릴 지경이다.

게다가 검찰은 비자금수사 착수를 발표하고 하룻밤새 두손들고 나몰라라 한다.국가의 혼란방지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럴싸하게 여기고 꿰맞추지 않으면 검찰발표 자체가 더 혼란스럽다.

이쯤 정가에선 차범근 축구의 '3-6-1전법'처럼 화끈한 전술변화를 시도함이 어떨는지?'합종'을 하든, '연횡'을 하든 비전을 제시하고 달성가능한 정책의 가시화가 대선고지에 이르는지름길이 아닐까.

후보들이 민주주의의 모범을 먼저 보여야 된다.

그래야 '서부구장'의 푸른잔디의 자양분으로 승리를 쟁취한 한국축구처럼 국민들도 '민주의 토양'에서 '민주주의 대축제'의 주연노릇을 올바르게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직선이든 간선이든 열다섯번째의 대통령을 뽑기까지 척박한 토양속에서도 온갖 시련과기만을 감내하면서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뭔지를 배웠다.

월드컵 본선진출의 산실이 '서부구장'이라면 21세기 우리의 명운을 개척할 산실은 바로 국민이다.그들의 선택은 무서울 것이다. 그리고 현명할 것이다.

'1018'은 한국 월드컵 본선진출 확정의 날.

'1218'은 21세기 한국의 웅비를 좌우할 선택의 날.

온 국민이 한마음되는 '1218'의 축가를 기대해 본다.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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