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 국제결혼 인식변화

입력 1997-10-22 14:18:00

'양가집에서 국제결혼이라니, 절대로 안된다', '가문의 수치다', '부모를 거역하고 기어이 결혼하겠다면 그날로 부모자식 관계를 끊겠다'….

가문과 핏줄에 대한 연대의식이 유난히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10여년전만해도 국제결혼하려는 자녀에 대해 부모들은 흔히 이런 말로 반대했다. 외국인 사위, 며느리 둔 것을 부끄러워했고 심지어는 외국인과 결혼한 자녀와 의절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자기들만 의좋게 잘 살면 되지','지구촌시대에 굳이 한국인만 고집할 필요있나'….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 국제결혼에 대한 선입관과 결혼양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부모세대는무조건 반대에서 허용쪽으로 바뀌어지고 미혼남녀들에겐 '피부색만 다를뿐 사람은 누구나 같다 '는 세계인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부모양계혈통주의에 근거한 국적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관심이나 선택의 여지는 한결 넓어질 전망이다. 국내의 국제결혼 양태는 우선 양적으로 볼때는 60~80년대 중반까지의 증가세에서 90년대이후로는 격감추세를 보이고 있다. 68년 2천3백73건에서 78년 4천4백65건 등으로 계속 늘어났던 국제결혼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엔 3천6백61건으로 떨어졌고 이후90년 2천3백64건, 92년 1천8백31건, 96년엔 1천4백34건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는 10월현재까지 9백건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90년이후 매년 11%%정도씩 줄어들고 있는 셈. 주된 이유는 우리의 경제력 향상으로 '아메리칸드림'이 퇴색, 미군과 결혼하는 한국여성이 그만큼 크게 줄어들었기때문이다. 반면 요즘 국제결혼에 나타나는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은 여전히 미국에 편중돼 있기는 하나 유럽국가나 일본, 중국등의 아시아국가, 중남미, 중동국가 등으로 한결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특히 외국인노동자의 대량유입에 따라 최근엔 필리핀,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나 서남아시아인들과 결혼하는한국여성들이 부쩍 많아지는 추세이다. 과거의 선진국위주에서 우리보다 가난한 국가에까지 나라와 인종의 벽을 뛰어넘는 결혼이 늘고 있는것.

지난해 둘째딸을 중국계 인도네시아인과 결혼시킨 배연자씨(북구청 사회복지과장). "같은 동양인이고 사고방식도 비슷해서인지 외국인사위라는 이질감이 별로 안듭니다. 딸은 덜렁대고 와일드한성격인데 사위가 찬찬한 성격이어서 내가봐도 천생연분"이라고 사위자랑을 했다. 국제결혼부부10쌍중 9쌍은 한국여성과 외국인과의 결혼케이스. 외국인 사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허용적이되외국인며느리 맞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기성세대의 이중적 의식구조를 말해준다. 아무튼 지구촌시대 세계화의식의 확산과 개정국적법 등의 영향으로 국제결혼은 앞으로우리사회에서'또하나의 결혼'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될 전망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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