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후보교체' 시각

입력 1997-10-21 15:34:00

"당서 알아서 할일"

청와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김대중비자금' 폭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신한국당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고 당내 일각에서 후보교체론과 반(反)DJP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서 전과는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기류를 현 정국상황에 대해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중으로 곧바로 연결시키기는 무리다.

조홍래(趙洪來)청와대정무수석은 20일 당 일각에서 거론된'이회창 무망론'과 '후보 교체론'에 대해 "어디까지나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청와대가 가타부타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대통령이 총재직도 넘겼으니 이제는 이총재가 정치력을 발휘해 수습해나가야 할 문제"라고말했다. 이는 당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원칙적인 입장표명이지만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이는 이총재 지원이라는 종전의 입장과는 뉘앙스부터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조수석은 또 김대통령의 이총재와의 청와대회동 가능성에 대해 "아직 들은 바 없다"며 "두 분간문제니까 참모들이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해 아예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그렇지만 청와대는 김대통령과 이총재, 청와대와 당간의 관계가 갈등양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경계하고 있다.

지난 18일 조수석이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사한 이총재의 발언에 대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며 즉각 반감을 표시, 심각한 내홍으로 비치자 20일 당사자인 조수석은 "차별화라는 개념을 정리하자는 일반론을 피력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결코 김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말을 아끼며 입조심을 하고있는 참모들의 언급이 김대통령의 의중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볼때 김대통령의 방관자적인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광일(金光一)정치특보는 이날 "신한국당이 승리하도록 김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정치에서 당연한 것"이라면서 "다만 룰에 어긋나지 않게 공정하게 한다는 게 김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김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중립이 아니라 공정한 선거관리라는원칙에서 보면 될 것"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그러나 청와대 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이 이총재가 아닌 대안을 모색하면서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당 일각에서 나온후보 교체론도 이미 김대통령의 심중이 전해진 것이라는 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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