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나보는 사랑이야기 5편

입력 1997-10-17 14:12:00

늦가을에 볼만한 영화중에 '만추'(1981년)가 있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혜림(김혜자)은 특별휴가를 받아 강릉으로 가던 열차에서 범죄조직에 휘말린청년(정동환)을 만난다. 서로 한뼘 비벼댈 곳 없는 이들은 곧 사랑을 느끼고 짧은 시간동안 사랑을 나눈다. 절박한 상황,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느끼는 애절함. 결국 청년은 경찰에 잡혀가고 그제야 그의 이름까지 모르고 있었던 혜림은 따라가며 이름을 묻는다. 경찰에 끌려가던 그청년은 "형기!"라고 외치며 다시 만나자고 한다.

몇년후 약속장소. 늦가을 낙엽이 수북이 쌓인 그 벤치에서 여자는 하루 종일 기다린다. 코트 깃을세우고 찬 가을 바람을 맞으며. 그러나 그는 오지 않고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길을 간다.김수용감독의 81년작 '만추'는 이만희감독의 동명영화(1966년)의 리메이크작. 김혜자의 명연기와정일성의 촬영이 돋보이는 영화다. 다소 고풍스럽지만 김도향의 노래와 어우러진 마지막 장면이특히 애절하게 다가온다.

가을은 서럽도록 외롭다. 그래서 가을과 사랑은 떼놓을수 없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영화는 가을과 사랑을 엮어맨다.

'가을날의 동화'는 여성감독 장완정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영화. 무차별 총격과 피의 축제가테마였던 홍콩영화들 중에서 유독 동화같이 서정적이고 애틋한 영화다. 하루벌어 도박판에 쓸어넣는 건달과 아리따운 아가씨와의 사랑이야기. 이뤄질듯 이뤄지지 않던 사랑. 해변가에 꿈처럼 서있는 레스토랑과 말없이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 주윤발과 종초홍이 사랑의 주인공이다.'스탠리와 아이리스'는 중년남녀의 사랑을 실팍하게 전해준다. 제인 폰다와 로버트 드 니로 주연.과부인 빵공장 노동자가 우연히 만나게 된 문맹 남자에게 글을 가르치다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줄거리. 그러나 중년배우들의 연기와 잔잔한 톤으로 조금씩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잠식해 들어가는연출이 돋보인다.

브래드 피트를 일약 스타로 일궈낸 '가을의 전설'과 키아노 리브스의 '구름속의 산책'도 가을날에맞는 영화다. 특히 대서사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가을의 전설'에선 형제와 한 여인의 애증관계가 가을 풍광과 함께 볼만하고, '구름속의 산책'도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고풍스런, 이국적인맛의 사랑이야기가 가을맛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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