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16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를 부정축재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DJ비자금정국은 야당간의 고발사태와 함께 중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신한국당이 끝내 마지막 초강수인 이같은 검찰고발 카드를 던진 것은 검찰의 자발적 수사를 기대할 수 없는데다 자료의 신빙성에 대한 회의론도 정가에 퍼지고 있는데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속셈이다. 물론 신한국당은 검찰 고발을 계기로 김총재의 부정축재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혀 현재 여론지지 선두주자인 DJ를 주저앉히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싸움은 주지하다시피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대중(金大中)총재 둘중에 하나가 죽는 사활을 건 승부수다.
이제 비자금 정국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의 대결에다 검찰까지 가세하는 복잡한 형국으로 진행될 조짐이다. 정가의 초점은 검찰의 수사 여부와 소환시기, 대상이다. 자칫 청와대 등 검찰에 영향력있는 권력핵심부의 의중까지 드러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하든 원치않든 공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현재 정가의 최대관심사는 역시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다. 검찰은 이시점까지도 신한국당이 확보한 자료로는 김총재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면서 신한국당의 고발이 있더라도 즉각 수사에착수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검찰수사에 목매달고 있는 신한국당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일단 검찰은 여론추이 등 상황을 봐가면서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자세다. 그이후에도 시간을 끌면서 만만디작전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과정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 등 여권핵심부의 속내도 자연스럽게 노정될 것이지만 여야간 지루한 정치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총재는 92년 대선자금문제를 들어 김대통령과의 담판을 줄기차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착수이후 소환정국이 시작되면 정치권은 또다시 혼란속에 빠져들게 된다. 다만 김총재에 대한 직접 소환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일반적이다. 정국이 파국으로 갈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가의 또다른 관심사는 이번 사태 전개로 인한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와 대응이다. 김총재에대한 지지율이 하락, 당선안정권에서 멀어진다면 상황이 돌변한다. 김총재의 강력한 처방이 예상된다. 또 이인제(李仁濟)전경기도지사가 일약상승하면 우리나라의 정치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자민련 등 3당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주목거리다. 가만히 놔주지 않을 게뻔하다. 이회창 신한국당총재가 반DJ세력들의 흡입으로 상승하면 강경 대치국면은 지속될 수 있다. 여러 후보들이 비슷한 수준에서 군웅할거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지율 변화와 각 후보들간의 대응도 검찰수사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비자금 정국은 DJP단일화작업과 민주개혁세력대연합인 4자연대 구상 등 정치권내 합종연횡에도 심대한 여파를 던져 주고 있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이번 DJ비자금사건은 사안의 성격상 본격적인 수사대상이 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만약 이를 회피하고 넘어갈 경우 문제가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번 대선레이스 과정에서도 DJ세력과 반DJ간의 반목이 치열해질 우려가 있고 설령 대선에서 김총재가 승리할 경우,차기정권은 상당한 불안요인을 잉태한채 출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차피 김총재도대선이후를 생각하면 이 대목을 깨끗이 정리하고 대선을 맞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나을 것이란주장도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어쨌든 DJ비자금 사건이 검찰수사로 진행되면 정국은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급속히 바뀔 게 자명하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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