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선 하달경씨 인터뷰

입력 1997-10-15 14:23:00

"자원해서 대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갔던 아들이 야간으로 연세대학을 다니더니 작년에는또다시 경희대 대학원을 졸업, 석사학위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라도 공부를 해주니 내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들 딸이 제 역할을 다해주고, 우리 부부도 욕심없이 노후를 즐기니 저는 축복받은 인생이지요"

'만화방 할머니'로 통하는 하달경씨(67.대구시 동구 신암1동 729의21)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부부싸움하면서 말을 탁탁 놓고, 엄마가 길거리에서 데리고가던 아이들을 찰싹 때리는 것을 볼때면가슴이 짠하게 아파온다.

모든 사회의 기초는 가정이라는데, 겉으로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요즘 차마 보기싫은 가정들이심심찮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남편 보필 잘하고, 사회활동하는 남편을 잘 도우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명랑해지겠느냐"고 되묻는 하할머니는 자녀들이 어릴때는 엄마들이 직장생활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않겠느냐면서 우리 사회가 좀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도로만 뚫고, 다리만 놓으면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생활주변에서부터 양심을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질때 대구는 아름다운 도시가 되지 않겠느냐"고 믿는 그는 길가다가 무심코 버리는 담배꽁초 하나, 아무렇게나 차문밖으로 뱉어던지는 오물, 자기 쓰레기를 남의 집앞이나 도로에 갖다내버리는 작은 생활사범부터 단속하고, 근절시켜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수진것 없는 사람끼리, 좀 훈훈하게 나누면서 살고, 과자봉지 아무데나 버리지말고, 질서의식을 갖고 살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덧붙이는 하할머니가 사는 모습은 '숨은 양심' 그대로이다.어느 방송에선가 숨은 양심을 찾는다고 야단이지만, 제 바닥에서 평생 남과 다투지 않고, 따뜻한정을 주고 받으며, 불량만화를 취급하지 않으려는 실천이 돋보이는 하할머니에게는 '숨은 양심'에게 주는 냉장고를 몇대를 주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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