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社內방송국 '사랑의 소리'

입력 1997-10-14 14:00:00

"직원 9명이 자원봉사 운영"

우방 자재부 임동수 대리(30). 점심시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던 그는 사내 방송스피커를 타고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임대리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내년에는 꼭 아내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드시기 바랍니다 이어서들리는 부서 여직원들의 축하노래. 그리고 그의 앞으로 배달되어 온 조금 특이한 꽃다발. 임대리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WBS 우방 사내방송국 사랑의 소리. 지난 9월 8일 문을 연 사랑의 소리 에서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은 직원들을 위해 이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다.

직원들이 무척 기뻐해요. 저희들이 단돈 5백원으로 손수 만든 꽃다발이 너무 예쁘다며 받고 싶어서 안달이에요. 사실 이 아이디어는 원가절감 때문에 생각해낸 것입니다

사랑의 소리 의 기획과 제작을 맡고 있는 손정순씨(25.홍보실)와 박명희씨(25.홍보실)는 여성의 섬세함으로 차별화된 방송에 회사원가절감까지 생각해내는 사내 아이디어 뱅크 로 불린다.이제 개국한지 한달을 막 지난 사랑의 소리 는 방송전담팀이 있는 다른 회사의 방송국과는 달리직원들의 자원봉사 형식으로 운영되는 방송국. 사랑의 소리 방송팀 9명은 본연의 업무가 끝난퇴근 시간 이후에 방송실에 모여 다음날 방송준비에 들어간다. 방송 멘트를 적고 음악을 선곡하고 아나운서들이 연습을 하다보면 야근은 필수. 밤샘은 선택이다.

방송연습을 하다보면 밤 12시를 넘기기가 일쑤예요. 물론 피곤하긴 하지만 제 목소리가 전파를타고 동료들에게 전해진다는 게 무척 기분 좋은 일이죠 힘들지만 처음 해보는 방송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아나운서 이주현씨(24.자재부). 그녀는 잠 들 때까지 멘트를 되풀이하며 연습한다. 전직TBC리포터출신인 전소현씨(25.특수사업팀)와 대학시절 방송국에 있었다는 박에스터씨(26.제품개발실)는 방송경험이 있는데도 생방송이라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긴장되기는 남자 아나운서들도 마찬가지다. 장현식씨(28.총무부) 이병규씨(27.TQM사업국) 최중식씨(26.홍보실) 이들 세 사람은 해박한 음악지식으로 음악담당 PD까지 겸하고 있다.사랑의 소리 에 들려오는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단 한 번의 방송실수도 없다는 것. 이는 기술 좋은 두 엔지니어 유승호씨(27.설계실)와 홍재표씨(29.판촉팀)의 노련미 덕분이기도 하다. 월요만평 , 화요객석 , 수요생활수첩 등 요일별로 꾸며진 독특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에게 정보 와 즐거움 을 동시에 전해주는 사랑의 소리 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사랑마을 노래방 코너. 직원들이 자신의 애창곡을 부르는 이 시간은 이미 한달 뒤에까지 예약이끝난 상태. 예상밖의 직원호응에 힘입어 사랑의 소리 방송팀은 내친 김에 특집 드라마 와 오픈 스튜디오 WBS가요제 까지 기획해 놓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사랑의 소리함 에 쌓인 엽서를 정리하는 일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는 방송팀은 9인방. 단순한 회사 동료이상의 정 과 방송에 대한 애정 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날은 방송준비가 없는 토요일. 방송 이 주는 매력에 쏙 빠진 이들은 매일 밤이 즐겁다.〈崔昌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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