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자금설 "가소롭다"

입력 1997-10-14 14:38:00

국민회의는 과연 비자금정국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난 것인가.

김대중(金大中)총재의 13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당내 분위기가 눈에 띌 정도로 여유를 되찾고있다. 장성민(張誠珉)부대변인은"신한국당이 폭로하면 할수록 오히려 여론 지지도에서 불리해지는반면 우리는 득을 보게 된다"며 "DJ대세론은 이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김총재도 회견을 통해"여당의 악의적인 모략에도 불구, 국민 여러분의 저에 대한 지지에는 변함이 없거나 상승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DJ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체 명단을 발표한 2차폭로 이후 신한국당내에서 비판여론이 일고있는 등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김총재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분석이다. 당내 상황이 복잡해지면 폭로공세도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마냥 팔짱끼고 구경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닌 듯하다. 이회창총재의 지지율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 후보교체설이 가시화되는 것을 경계해야만 한다. 김총재가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현 대선구도에 변화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당내에선 비자금 폭로가 야권의 신한국당 후보경선자금 의혹을 제기토록 유도, 결국 DJ는 물론 이총재까지 동반 추락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했었다. 청와대측이 주도했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따라서 비자금정국 극복 차원에서 이총재를 집중공격하고 있음에도 불구,동시에 그의 낙마도 피해야 한다는 고민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총재에 대해 연일 거세게 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한국당측이 김총재의 후보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총재 사퇴론은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당은 또 신한국당이 폭로전을 계속 벼르고 있는 점에도 긴장하고 있다. 김총재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박지원(朴智元)총재특보도"집권여당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며"아직도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위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김총재가 검찰수사를 받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김총재까지 나서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비자금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특히,검찰수사 등으로 김총재의 비자금이 밝혀질 경우 당내동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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