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가로수의 낙엽들이 스산한 가을바람에 뒹굴며 스쳐간다.
오늘도 호주머니에는 낮에 사무실로 배달돼 온 청첩장 한 장이 들어있다. 지난 토요일에도 두어 군데 예식장을 다녀왔는데.
만만찮은 축의금에 대한 궁상스런 상념에 젖다가 사랑과 결혼에 대한 분위기 있는 생각으로 이어 진다. 이 가을, 새로운 사랑을 갓 시작하는 그 많은 신혼들을 보면서 문득 「주례사」를 떠올리게 된다.
수천군데 결혼식장에서 수천명의 주례분들이 쏟아내는 수만가지의 축복과 당부와 부부사랑에 대 한 가르침의 말씀들을 다모아 책으로 엮는다면 아마 그보다 더 주옥같은 명저는 없으리라. 또한 하나 버릴것 없는 그 많은 좋은 말씀들을 반쯤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떨고 서있는 상태에서 온전 히 기억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심장좋은 부부는 또 몇이나 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또한 부부 가 살면서 주례사를 다 지키고 주례사대로 살아온 부부는 몇이나 될까도 생각해 본다. 가끔 결혼시즌때마다 남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주례사를 건성듣고 오는날 문득 자신의 결혼식때 주례님 말씀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러나 그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바로 생각나는 부부는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주례사가 두고두고 외우고 새길만한 말씀이 아니어서 그렇거나 신세대 수준으로는 유치하고 뻔한 잔소리여서는 아닐 것이다. 가장 가깝고 가장 경건한 자리에서 좋은 말과 의미 있는 삶의 체험만 고르고 골라 진중하게 준비해 오신 최고의 말씀이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살아갈수 록 결혼식장에서 분명히 들었을 주례사를 잊고 살게 된다. 말씀대로는 커녕 가르치고 타일러 주 신 말씀과는 오히려 정반대되는 부부생활을 할때가 더 많은게 보통 부부들의 삶이다. 천재시인 애드가 앨런 포우처럼 죽은 아내의 무덤옆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낮에는 아내가 좋아했 던 꽃을 심고 아내를 그리는 시를 지으며 밤에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못이겨 술에 취한채 길거리 뒷골목을 헤매다 끝내 죽어간 그런 순애보는 흉내도 못낼 이기적 사랑밖에 못하고 있지는 않은 지.
성공한 결혼은 적당한 짝을 「찾는데」 있는게 아니라 적당한 짝이 「되는데」 있다는 주례사를 들었어도 내게 편하게 맞는 내짝이 되라고 「찾기만」 했지 상대에게 적당한 짝이 「되주려는」 양보와 희생을 꺼려 왔지는 않았는가.
「너의 어머니와는 바닷가 까지만 가고 너의 남편과는 바다를 넘어서 가라」는 속담을 주례사로 들어 놓고도 고생스러우면 남편을 절반도 안따라가고 돌아서고 멈춰버린 이기적 사랑도 없지 않 을 것이다.
「바가지 긁는 아내와 큰집에서 사는 것보다 다락방 구석에서 혼자 사는게 낫다」는 성경말씀이 나 「남자를 바깥으로 뛰쳐 나가게 하는 것 세가지가 있다. 연기, 새는 빗물, 그리고 싸움질하는 아내」와 같은 비유의 주례말씀을 들었으면서도 바가지만 긁어온 아내는 아니었던가. 주례사를 기억하고 실천하고 그렇게 살리라 다짐하고 출발하는 결혼이라면 이미 반쯤은 성공한 결혼이다.
공자와 인도의 마하마라타 서사시 ,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 그리고 예수님이 사랑에 대해 남긴 말씀중 우연처럼 똑같이 표현까지 일치된 말씀이 하나 있다.
「네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그대가 바라지 않고 싫어 하는 것은 남에게 행하 지 말라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동서고금 최고의 성자 성현들이 남긴 최고의 주례사가 아니겠는가. 이가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 는 신혼들에게 축복을 보내면서「 주례사를 새기며 살자」는 책상머리 주례사를 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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