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세풍'-돈선거에서 폭로선거로

입력 1997-10-09 00:00:00

◈이상한 선거

여야 모두 상대를 죽일 X파일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더니 결국 하나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먼저 터뜨린 쪽은 국민회의측. 신한국당 이회창후보의 두 아들이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PC통신에 떴을때는 수류탄정도의 위력이던 것이 국회공방과 대변인공방을 거치면서드디어 원자탄으로 그 위력이 커졌다.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 절대우위를 차지하던 이회창후보가3위로 떨어지고 국민회의 김대중후보가 정계복귀이후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서기 시작한 것이다.정보화시대에 있어 정보의 위력이 과연 어떠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제 시대가 바뀐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보사태로 돈정치에 대한 염증이 어느때보다 강해졌고 문민실정(失政)으로 인한 치명적 인기하락으로 대통령이 힘을 잃어 여야의 차별 역시 과거 어느때보다 엷어졌다.

따라서 이제 더이상 약효가 반감된 돈과 조직에만 기댈수 없게 된 상황이다. 결국 남은 것은 여(與)도 야(野)도 이미 엄청난 위력을 경험한 폭로정치뿐인 셈이다. 정보화시대에 맞춘 정치의 정보화가 고작 폭로인가 하는 점에서는 서글픈 심정이지만 이것이 한국적 현실임에야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밝혀야

야당보다 월등 많은 정보를 가질수 있는 여당이 어찌 조용하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최근 강삼재 사무총장이 6백70억원에 달하는 DJ 비자금문제를 폭로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폭로를 하겠다고 예고까지 했고 국민회의도 이회창파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제 이번 대선은 폭로전 양상이 될 것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폭로가 폭로로서 끝나서는 안되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모략정치나 공작정치라는 구시대적 작태에서 벗어날수 있고 또 유권자는 정확한 정보에 의해 후보를 선택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이회창후보의 아들병역문제도 김대중후보의 비자금, 병역,색깔,거짓말문제등 지금까지거론되어온 모든것까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여러번의 TV토론을 거쳤지만 시간의 제약과 후보들의 교묘한 회피작전과 패널들의 적당주의로인해 옳고 그름과 진실여부를 가려주지 못했었다.

이회창후보의 아들병역문제는 도덕적인 것인지 아니면 법률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지, 국민은 느낌만 있지 결론은 갖고 있지 못하다.

동시에 김대중후보의 여러문제도 마찬가지다. 병역문제도 "해군소령으로 근무했다"(월간조선 87년8월호 오효진의 인간탐험)와 "아니다"는 논란이나 그가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해상방위대가 "국군조직법이나 병역법에 의한 조직이 아니라"는 주장(민족정론 97년 10월호 김대중의 도덕성.신뢰성)의 진위여부정도는 국방부가 국민의 알권리와 옳은 후보선택을 위해서도 밝혀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거짓말'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과 '말바꾸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도 확실히 해야 할문제들이다.

◈한국적 청문회 필요

그리스.로마의 연설정치가 중우(衆愚)정치로 타락한 역사를 보아왔다. 정보화정치도 자칫 진위(眞僞)에 대한 확인이 없다면 같은 길을 걸을수 밖에 없다. 또한 대통령선거가 끝까지 폭로전으로 일관해서도 안된다. 그야말로 정책과 자질의 대결이 될수 있게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길은폭로문제에 대해 한국적 청문회를 열어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각당이 추천하는 적정인원으로 조사권도 가진 청문회를 구성, TV생중계를 통한 검증청문회를 하되 그결정은국민으로 하여금 하도록 하는 절충형이 어떨까 한다. 온갖 지혜를 모을 때이다. 새정치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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