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부모 연습

입력 1997-10-08 14:28:00

얼마전 모처럼 시간을 내어 큰아들과 오페라를 보러갔다. 아들녀석은 무대위의 화려한 오페라를보는 것보다 아버지와 둘만의 외출이 더 신나는 눈치였다. 일년이면 반이상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프로선수 생활에서 아빠의 빈 자리는 아이에게 참 컸던가보다.

아버지의 빈 자리 때문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았을 아이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에 손을 꼭 잡아보았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도 모르고 26세에 아버지가 된 나는 큰아들이 벌써 중학교 2학년이다.

야구를 잘하려면 피나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프로선수 생활을 해왔다.그러나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보지는 못했다.수년전 '효과적인 부모역할훈련'이란 강좌를 배우던 아내가 내게 부모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할때도 부모역할이 구태여 연습이니, 훈련이니 하는 것이 필요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점점 자라갈수록 좋은 아버지가 되는것이 결코 저절로 되거나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녀는 부모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통하여 이 세상에 보내진 선물이다. 때문에 나의 소유가 아닌 것을 깨닫는 것이 부모훈련의 첫걸음이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 어느새 내키만큼 자라버린 아들과의 외출을 통해 보람있는 좋은 아버지가 되기위한 성실한 훈련을 다짐해 본다. 물론 이 일은 운동장에서 매일하는 훈련보다 더 엄격하고 힘이 들 것이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훈련은 은퇴하면 그만이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기위한 훈련은 평생을 두고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므로….

〈이만수-프로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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