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언론보도와 청와대

입력 1997-10-07 00:00:00

연말 대선을 둘러싸고 정치권에 온갖 설(說)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청와대에서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불같은 호령이 있었다.

김대통령이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더이상 측면지원을 하지 않고, 대선을 공정하게관리한다는 의지를 극비리에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 사람을 보내 전달했다는 요지의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서다. 김대통령은 "어떻게 그런 보도가 있을 수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며화를 냈고, 이같은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수석회의를 비롯한 각 실별 회의에서도 이처럼 보도한언론사의 저의(?)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느라 법석을 떨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아침 보고차 본관에올라갔다가 혼이 난 것으로 전해진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은 기자들에게 이같은 보도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김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선관위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엄정한 대선관리를 당부하고,이어 내주초(14일) 공명선거실천협의회(공선협) 대표들을 초청해 민간차원의 철저한 감시활동을주문한다는 일정이 이같은 추측보도를 하게 된 근거라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즉 김대통령의 공정한 선거관리 의지를 강조한 청와대 참모들의 언급이 신한국당 이총재와 거리를 두겠다는중립의사 표시라고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또 김대통령이 이같은뜻을 야당측에 은밀히 전달했다는 대목에는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불쾌감 표시와 함께 어이없다는 투였다.

그러나 정작 어이없는 것은 언론보도에 대한 청와대측의 태도인 것 같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날 해당 언론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서슴없이 거론하는가 하면 심지어 이같은 기사를 채택한 데스크의 전력(前歷)까지 들추어내며 성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0월 대란설'이니 '정계개편설','반DJ 연합설'등으로 불투명하고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현재의대선정국도 표류하고 있는 여권의 사정 때문이다. 이것은 지금껏 애매하게만 비쳐지고 있는 김대통령과 이총재의 관계설정이 그만큼 관심사라는 얘기도 된다.

김대통령이 불편한 보도에 진노했다고 해서 청와대측이 즉각 언론에 칼날을 세우는 것은 아무래도 의연한 자세는 아니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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