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미제식품에 경각심 높여야

입력 1997-10-06 14:51:00

공연히 반미(反美)감정을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다. 수출품목검사가 철저하다는 미국제품이 왜 이러는지 어리둥절해서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병원성대장균 O-157,O-26이 검출돼 국민보건을 위협하는 소동이 일어난데 이어 홍콩에 수입된 미제 아이스크림에서는 리스테리아균이 나와 같은 회사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에게 설상가상의 긴장을 주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현재까지 전세계 90개국으로부터 수입된 식품중 유달리 미제가 가장 많이 '수입부적합 식품'으로 판정받은 사실이 밝혀져 예사스럽지 않다. 식용으로 들여온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중 세균감염 또는 부패돼 수입부적합판정을 받은 물량은 9백13만달러어치였다. 이 가운데 미국산이 42.8%%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중국(15.2%%) 일본(9%%) 이탈리아(5.6%%)순이었다. 수출액대비 부적합판정비율에서도 미국이 1.24%%로 가장높게 나타나 통상 위생후진국으로 간주돼왔던 중국(0.45%%)의 3배나 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물론 수출당사국에서 수출할 시점에는 온전하던 것이 선적지연·입하때 오염되거나 썩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식품최고선진국으로 여겨왔던 미국산이 그모양이라는 점에 불신감이 증폭될수 밖에 없다. 더욱이 초강대국인 미국이 힘없는 나라들의 수출품에 대해 철저한 대응을 해온 점으로 미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소비자단체들의 자생적인 절약운동을 마치정부가 조종해서 외산(外産) 배척운동을 하는 것으로 간주, 통상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이번 수입식품파동에는 우리의 소비성향과 검역체계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알게됐다. 따라서 한차례 소동을 빚고 지나갈 일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국민건강을 지키고 외국에 얕잡아 보일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지금 외국브랜드의 각종 수입식품을 취급하는 외식(外食)산업이 호황을 누리다 갑자기 침체국면을 맞게 되었는데, 이점도 우리는 반성해야한다. 입는것 먹는것 모두 외제선호에 빠져있었던 자신을 돌아보고 경각심을 높일 계기가 된 것이다. 어린이와 신세대 입맛에 맞는 '세계적식품'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식품의 세계화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파동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듯이 농림부·보건복지부·해양수산부등으로 분할돼있는 검역체계를 통합조정하는 기능을 새로 갖춰야 할 과제도 떠안게 되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식탁에 앉게되도록 당국의 심기일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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