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영남알프스 산행

입력 1997-10-03 14:00:00

"넘실거리는 억새풀 가을연인과 떠나자" 10월초, 가을이 깊어가면서 산행길은 푸르름에서 단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단풍관광 절정기(10월중순~11월초)를 앞두고 가볼만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 억새밭이다. 억새 하면 늦가을에나 찾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초가을 억새밭은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11월의누런 억새밭이 다소 스산한 느낌을 준다면 지금의 억새밭은 갓 피어난 억새꽃이 들꽃과 어우러져힘찬 생명감을 전해준다.

특히 올 가을은 억새꽃이 예년보다 1주일 이상 빨리 피어나고 있어 이번 휴일이 절정기가 될 것같다.

대구 산정산악회 회원 40여명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억새밭이 형성된 경남 울산시 울주구 신불산(1,209m) 남쪽의 신불재와 경남양산군 영취산(취서산으로도 불림.1,092m) 북쪽의 영취재를 둘러봤다.

신불재와 영취재는 수십만평의 억새밭이 이어지는 평원길이다. 산을 오르는 길은 체력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신불산 동쪽 울주구 삼남면 가천리나 상북면 등억신리에서 출발, 신불재나 신불산으로 올라 영취재~영취산을 거슬러 통도사 방면으로 내려오거나, 역으로 통도사~영취산~영취재~신불재~신불산 코스를 택할수 있다.

억새만 보고 오려면 가천리 코스를 택해 신불재로 올라 영취재를 둘러보고 다시 가천리 방면으로내려오면 된다.

이날 산악회원들은 온천지구로 개발되고 있는 등억신리 주차장에서 시작, 홍류폭포와 바위능선인신불릿지(공룡등)를 거쳐 신불산 정상으로 올랐다. 신불재~영취재~영취산~통도사로 내려오는 8시간에 걸친 다소 긴 여정이었다. 신불산 정상 길은 초행자에게는 힘겨운 코스다. 경사 40도 이상의고개길이 계속되는데다 바위능선인 신불릿지가 1km 가량 이어진다. 이곳까지는 걸어서 2~3시간.억새밭은 신불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펼쳐져 있다. 완만한 경사로 연결되는 평원길은 영취산 정상까지 3km에 걸쳐 진행된다. 산행길 서쪽에는 신불·영취산과 함께 영남 알프스에 속하는 천황산과 재약산, 사자평원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가 보인다.

억새꽃은 이미 활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개화일이 예년보다 1주일 이상 빠르다는 지홍석등반대장의 설명이다.

가을 햇살과 마주한 은회색 억새꽃이 가을 바람에 흩날리며 등산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억새꽃을 제대로 조망하려면 햇빛을 마주하고 자세를 낮춰서 봐야 한다. 햇빛을 등지면 억새꽃은희미하게 보이고 누런 줄기만 선명하다.

그러나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으면서 신불-영취재의 억새도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1m이상 되는 억새 키가 낮아지고 있으며 꽃도 제 빛깔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가슴까지 잠기는 억새밭에 파묻히게 된다.

영취재에서는 고개를 동쪽으로 돌려 아리랑고개처럼 굽이치는 바위능선 아리랑릿지의 장관도 볼수 있다. 1박2일 일정이라면 신불재나 영취재에서 일출이나 저녁 노을, 달맞이 분위기를 만끽해볼수 있다.

영취산 정상에서 통도사로의 하산 길은 동쪽으로 곧장 내려오면 2시간, 백련암을 거치면 2시간30분 정도.

등산로 초입인 가천리나 등억신리를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언양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언양읍내를 지나 35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거나 통도사 인터체인지로 나와서 북상하면 된다.〈金敎盛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