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요금징수원 주부 신현희씨

입력 1997-10-01 00:00:00

"힘들지만 살림에 보탬... 보람커"

"때르릉, 때르릉"

새벽 5시.

머리맡의 자명종이 아직은 어둠에 싸인 새벽 시간을 여지없이 흔들어 깨운다. 어느새 뚝 떨어진새벽기온이 잠자리의 포근함을 뿌리치기 어렵게 만들지만 신현희씨(37·북대구인터체인지 요금징수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하고, 씻고, 살림집이 있는 북성로 인근에사는 어른들 댁으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일터를 향해 남편의 차에 몸을 실으면 새벽 6시. 벌써 2년째 남편과 함께하는 출근길이지만 늘 상쾌하다.

12~13분만에 도착한 북대구 인터체인지에 버티고 서있는 8개의 톨게이트가 신씨를 반긴다. 오늘하루, 톨부스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 안전한 운행을 해야할텐데…. 출근인사를 마치고 6시30분에톨부스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한번 부스에 들어가면 2시간 동안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자리를뜰 수 없다. 물 섭취량을 조절, 화장실 가는 시간대를 조절한다.

부스안의 친구는 라디오. 한창 바쁠때는 라디오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요금 1천원에 1만원짜리를 쑥 내는 사람, 부스 앞에 도착해서야 요금을 찾는다고 늑장을 부리는 사람, 고속도로 주행카드를 부스에서 팔지않고 왜 사무실에서 파느냐고 나무라는 사람, 요금 영수증을 주지않았다고 욕을 하는 사람,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 별의 별 사람을 다 만난다.하루 8시간 근무에 2천여 차량의 고속도로통행료를 징수한다. 어느 직종인들 애환이 없으랴마는이 일을 하고부터 명절은 아예 반납이다. 행사가 있는 날은 많은 차량들을 처리하다보면 어깨도더 아픈것 같다.

한창 바쁜 러시아워를 피해 30분간 갖는 휴식시간. 동료들의 안부를 묻기가 바쁘게 다시 부스로돌아가야한다. 가만히 앉아서 일하고, 손에 물 묻히지 않아도 된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이 일을 하기위해 줄서 있다지만 만만한 일만은 아니다. 정지했다가 출발할때 나오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부스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기위해 에어커튼을 활용하고 쉬는 날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러산으로도 자주간다.

아직 운전을 하지못하는 탓에 동료 차에 편승, 퇴근을 재촉한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침 시간에 마무리하지 못한 설거지랑 빨래가 기다리고 있다. 아기도 찾아와야 한다. 남편이 돌아올때쯤 시간맞춰 저녁밥도 지어놓아야 한다.

남편이 귀가하고, 저녁뉴스를 듣다보면 어느새 밤이 깊다. 적어도 7시간은 자야 몸이 가뿐하지만새벽 근무조일때는 잠을 줄여야 한다.

이렇게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받는 일당은 2만5천원. 한달에 20일정도 일하면 50만원을 벌 수 있다. 맞벌이인 신씨는 이중 80%%를 저축한다. 늦결혼이라 아직 애가 어릴때 알뜰하게 모아서 살림밑천을 장만하려는 욕심에 한푼이라도 더 저축을 한다.

한국도로공사 전국 톨게이트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1천5백명, 이 가운데 7백50명이 주부 파트타이머들. 아직은 의료보험도, 퇴직금도, 보너스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임시직이지만 꿈이 있다.

비정규직 임시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것이다. 신씨의 이꿈이 꿈만은 아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노동법에 근거, 내년 1월부터 비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바꾸고, 의료보험도 보너스도 퇴직금도 지급하는 그날이 이제 두달앞으로 바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씨의 24시는고달프지만은 않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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