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대표 청와대 회동

입력 1997-09-29 15:16:00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29일 오전 당원과 총재권한대행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만남은 당총재와 대표자격으로는 사실상의 마지막 공식 주례보고였던 지난 23일 회동에서약속된 것으로 일단 이대표가 김대통령에게 대구 전당대회의 준비상황을 보고하는 형식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미 총재직을 넘겨준 김대통령에게 전당대회 절차나 준비상황이 의미가 있는 게아닌만큼 두사람간의 대화는 총재직 이양이후 당운영이나 대선정국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분석이다.

이대표는 이날 김대통령에게 명예총재로 추대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신한국당의 당명이나 정강·정책 등 김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임기말까지 당적을 보유해 주도록 요청한 것으로전해졌다. 이대표로서는 지지율이 여전히 올라가지 않고 이로 인해 당내에서도 거센 도전을 받고있는 형편에서 김대통령이 끝까지 당적을 갖고 있어 주어야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이와 함께 이대표는 앞으로 현안이 있을때마다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누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 김대통령도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대표는 하루빨리 지지도를 높이고 자신의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현 정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이날 김대통령에게 앞으로 금융실명제 등 현 정부의 주요정책을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차별화를 모색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김대통령의 반응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이대표가시도하려는 차별화 전략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다시말해 지난번 전·노 두전직대통령 사면파문 등에서 보듯이 이대표가 김대통령과의 사전조율이나 양해없이 일방적으로나간다면 두사람간의 협조관계 설정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김대통령은 내일 대구 전당대회에서 이대표가 신임총재로 추대되면 곧바로 명예총재 자격으로 연설, 격려와 함께 당의 결속을 당부한다. 자신의 40여년간 정치역정을 마감하는 소회는 가급적 배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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