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불상들 남산을 오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의문이 있다. 골짜기마다 자리잡고있는 불상과 탑들이 천년의 유구한 세월로 모진 풍상을 겪었다고는 하나 훼손정도가 너무 심해 인위적인 개입이 있지는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혹자는 일제의 만행이니 불교탄압세력에 의한 조직적인 파괴니 추정하곤 하지만 명확한 정설은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훼손된 불상과 사라진 절터가 불교탄압에 따른 흔적임을확신하고 있다. 또 일부 유물들은 일제에 의해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강릉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걷기를 20여분. 수려한 가사매듭을 한 여래좌상이 점잖게 앉아 계신다.그러나 얼굴이 없다. 목부분이 떨어져나가고 없는 무참한 불상. 또다시 한참을 걸어가면 약수골언저리에 있는 마애불. 약10m높이로 남산에서 제일 큰 불상이지만 이 역시 얼굴이 떨어져 나가고없다. 머리를 연결하는 자리가 움푹 팬 채 슬픈 형상의 모습으로 서 있을 뿐.
또 다른 골짜기 용장골 정상부근. 북모양으로 생긴 기둥돌 세개와 쟁반모양으로 된 둥글고 넓은반석위에 우뚝 솟은 삼륜대좌불. 이 역시 얼굴부분이 사라지고 없다. 멀쩡한 몸체와 사라진 얼굴.세월 탓으로 돌리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남산 곳곳에 산재한 불상과 절터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인간이 저지른 잔인한 행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불상의 손과 코가깎이거나 떨어져 나가고 없다. 돌부처 코를 먹으면 아들을 낳고 약사여래 손은 병에 효험이 있다는 등 민간신앙을 맹신한 탓에 저지른 죄악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골짜기마다 목탁과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그 많은 절들은 대개가 사라지고절터만이 남아 화려했던 옛적을 회고하고있다.
양피사,용장사,천룡사,염불사 등 웅장했던 남산의 절들은 전설만을 남기고 우리에게서 사라졌다.잔인한 인간의 욕심탓에….
남산의 또다른 골칫거리는 불법으로 조성된 무덤들이다. 산세가 명당인 탓에 남몰래 매장한 무덤들이 곳곳에 있다.
남산 식혜골에서 30분 걸어 도착한 중창지터. 유서깊은 신라의 성터가 무덤터가 되고 말았다. 석축잔해를 아예 무덤축대로 쓴 곳도 있다. 특히 한곳에는 소나무가 말라 죽어있다. 묘자리를 확보하기위해 소나무 밑둥치에 톱질을 해 서서히 말려 죽이는 방법이다. 국립공원내 소나무를 자르자니 처벌이 두렵고 가만두자니 묘자리가 잠식당하게 되니까 나무가 제스스로 죽은 것처럼 위장하기위한 술책들이다. 때문에 밑둥치에 톱질을 당한 소나무들은 송진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다시길을 돌려 창림사터에 자리한 탑. 탑보호를 위해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데도 가운데는 무덤이 덩그러니 놓여져있다.
또 칠불암 가는 길 곳곳에는 불법조성된 묘의 이장을 위한 표찰이 무덤마다 설치돼있다. 그러나연고자신고연락은 대부분 되지않고 있다. 게다가 표찰에 있는 전화연락처가 이미 바뀐지 오래이니 연락을 하려고해도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또 표찰을 훼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라고 쓰인경고가 무색하게 표찰 대부분이 부서지거나 떨어져나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경주시가 지난 94년 조사한 남산 불법조성묘는 약 5천여기. 무연고자의 무덤은 일정기간내 연락이 없으면 이장하거나 화장처리해야한다. 그러나 시당국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우려, 아무런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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