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고문 "슬슬 움직여 볼까"

입력 1997-09-26 00:00:00

신한국당 이한동(李漢東)대표체제가 우여곡절끝에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전도가 험한편이다. 당내에서는 이미 민주계인사들이 이회창(李會昌)대표 사퇴론을 공식 제기한데 주류측인사들도 이대표 승리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이를 통제한다는 것은 이한동고문의 능력밖의 일이다.그래서 본인도 대표로 사실상 내정된 뒤에도 "매우 어렵다"고 한숨만 늘어놓고 있다.그는 일단 대표로 내정된 뒤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당내인사들과의 접촉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당추스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후보교체론을 내세우고 있는서석재(徐錫宰)의원 등 비주류인사들을 만나, 당에 잔류해서 이대표체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 줄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26일에는 김윤환(金潤煥)고문과 조찬회동을 갖고 향후 당의 진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또 낮에는 이수성(李壽成)고문과 오찬을 했다.이고문은 주말에도 김고문쪽 인사인 양정규(梁正圭), 김태호(金泰鎬), 함종한(咸鍾漢)의원 등과 골프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정가는 이대표내정자의 향후 행보가 어떨지 자못 궁금해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고문이 과연 이대표의 당선을 위해 헌신하겠느냐는 점에서 다소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까지 이고문측은 이대표의 대선 승리가능성을 어둡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 또 이고문은 이대표당선보다는 오히려 정권 재창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정가 일각에서는 이고문이 이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될 경우 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대체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지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것이 여의치 않아도 당권 등여당의 큰지분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심지어 이회창대표 한 측근도 "이고문이 이대표의 막판 대역전을 위한 헌신의 의도보다 대선 패배이후 당권장악이란 잿밥에 더 마음이 가 있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하여튼 이대표내정자는 당분간은 이대표 중심의 당단합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대표가필패로 귀착되는 순간이후에도 이대표와 생사를 같이할 지는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관측이다. 이고문의 한 측근도 "일단은 이대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결국 이고문의 향후 거취는 10월의 소용돌이 정국에 영향을 받을 게 확실한 듯하다.이에 따라 이고문이 마음속에 두고 있는 보수세력의 결집이 어떻게 이뤄질 지도 관심거리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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