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호 갈수록 첩첩산중

입력 1997-09-25 00:00:00

보수대연합 추진과 후임대표직 인선을 계기로 폭발한 신한국당 내분은 이회창(李會昌)대표측의수습국면 주장과 달리 어수선한 당내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오전부터 이대표와 김윤환(金潤煥)고문, 김고문과 박찬종(朴燦鍾)고문, 박고문과 서석재(徐錫宰)의원 등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잇단 회동모습은 급박한 당내 사정을 반영하고있다.

당내분의 핵심은 이대표로는 독자적인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위기의식이다. 그래서 경선때부터 반이(反李)노선에 섰던 민주계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대표의 용퇴론은 확산일로에 있다. '이대표로는 안된다'는 패배주의가 이제 비주류뿐 아니라 이대표 지지세력인주류측 인사들에게 번지고 있다는 게 당내분의 본질이다. 이대표는 사면초가의 외통수로 몰리고있는 듯한 양상이다.

물론 이대표측은 이날 김고문과의 오찬회동을 통해 대표직 인선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고문은 서서히 이대표 지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월드컵축구 한일예선경기를 참관하겠다며 외유길에 나서 오는 30일 대구 전당대회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김고문의 모습은 누가뭐라고 해도 이대표와의 결별수순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날 저녁 당내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시월회'회원들도 회동, 이같은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이들은'이대표를 내세운 현재의 5자구도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방법론을 둘러싸고 난상토론을 나눴다고 한다. 이자리에서 주진우(朱鎭旴), 박시균(朴是均)의원 등 주류측 의원들이 하는데까지 이대표를 도와 최선을 다해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자고 주장했으나 대부분이 정권 재창출 불가론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아침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벌인 설전도 신한국당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고 있다. 당 부설기관인 사회개발연구소에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대표의 지지율은 추석직후보다 5%% 떨어진 반면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는 3%%정도가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총장은 보고받은 바 없다며 화를 벌컥냈다. 강총장은 그러나 곧바로 여론조사가 그렇게 나왔다면 우리 당이 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지지율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또 서석재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계 인사들의 대안모색 움직임은 구체화 되고 있다. 민주계의입장은 이대표의 후보 용퇴론을 비롯, 당대당 통합 등 당내에서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입장과 아예 집단탈당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자는 탈당파의 두가지 흐름으로 대별되고 있다. 서의원과 서청원(徐淸源)의원 등이 전당대회이후에도 이대표의 지지율이 30%%선에 못미치면 대안을 찾아야한다며 이대표를 압박하는 입장이라면 김학원(金學元)의원 등 이전지사 지지파들은 탈당후 이지사를 대안으로 내세우자는 주장을 펴고있다.

이대표의 지지율이 반등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민주계의 압박,주류측까지 이탈하는 최악의상황에 몰리고 있는 이대표가 선택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이 신한국당의 위기의식을 더욱 부채질하고있는 것 같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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