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 힘 실린다

입력 1997-09-24 00:00:00

박찬종(朴燦鍾)신한국당고문의 말투에 다시 힘이 붙기 시작했다. 표정도 근래 보기 드물게 밝아졌다.

23일 방배동에서 동소문동으로 이사한 후 공식 집들이를 한 박고문은 부산.경남에서 올라온 지지자 1백여명을 앞에 두고서 경선과정에서의 열렬한 성원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중도 좌절했지만 '동지'들의 지원은 잊을 수 없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이날 박고문의 새 집에는 그의 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를 비롯해이한동(李漢東)고문과 정대철(鄭大哲)국민회의부총재 등의 방문을 받았다. 집주변 골목길은 방문객의 차량들로 인해 행인들이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인근교회 주차장을 임시로 빌려써야만 했다.

또 이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윤환(金潤煥)고문도 24일오전 방문하겠다는 전갈을 받은 탓인지주변에서는 "돈암장(박고문의 새 집)이 정치의 중심이 된 듯하다"는 말까지 흘러 나왔다. 그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연신 입에 웃음을 머금었다.

이날 오후쯤 해서 오전의 박고문 청와대방문 이야기까지 사실로 확인되면서 박고문은 경선 중도포기 선언이후 가장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박고문은 이날 이사신고를 겸해서 정치적 선택의 조언을 위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1시간 이상 독대를 했다고 한다.

대화 내용이 즉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측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박고문은 김대통령에게 "이대표를 지금 지원해도 당선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고 김대통령은 "탈당은 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고문 측근들은 "당장 누구를 지지하거나 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0월초까지는 돌아가는 상황을 침착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대표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점점 더 굳어지는 것 같다는 게 박고문 주변인사들의 중론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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