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년가장 김진윤군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채권확보에 악착같은 사채업자의 폭언과 폭력 탓이었다.
지난 18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영남중 3년 김진윤군(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이 사채업자를 원망하고 동생 진우(14·중1)를 걱정하는 내용의 유서가 22일 뒤늦게 발견되면서 또 한번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숨지기 하루 전날 오후 7시쯤 추석전 학교에서 내준 사회 숙제를 한뒤 개인용 컴퓨터에 2백자 원고지 6매 분량으로 당시 심경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죽으려는 이유는 사채업자들의 협박이다. 특히 내가 매일 삐삐쳐 어머니의 소식 여부를 보고하는 그 사람 때문에 죽는다. 오늘(17일)도 그 사람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학교에 다니고 싶으면 어머니 있는 곳을 대라고 했다.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내가 가는 그곳은빚독촉도 폭력도 없는 곳이겠지"
진윤이가 죽는 그 순간까지 걱정했던 것은 동생 진우의 앞 날. "죽어서 영혼이 되면 진우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 진우야. 이 글을 볼 때 내가 없을 거다. 그래도 열심히 살거라"빚을 남기고 잠적한 어머니(35)에 대한 원망도 마지막 글에 담았다. 후원인인 아주머니(대구시 북구 산격동 용정사 신도)에게 "어머니에게 내가 죽은 것을 절대 알리지 마세요. 장례식도 제사도필요없고 화장해 유골을 갖고 있다 가족이 다 모이면 아무데다 뿌려주세요"라고 부탁했다.진윤군 형제가 고통 속으로 빠져든 것은 7년전 고령군 쌍림공단에서 원사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당시 32세)가 전기감전으로 사망하면서 부터. 아버지의 죽음이후 돈을 사이에 둔 어른들의 싸움을 봤다. 젊은 어머니는 재혼해 아이를 낳았고 식당운영·부도·도피, 그리고 채권자의 폭언·폭행이 이어졌다.
학교까지 찾아오는 사채업자의 비정(非情)을 어린 진윤이는 끝내 견뎌내지 못했다.지난 3월 1억7백여만원의 가계당좌 부도를 내고 숨어버린 어머니는 끝내 진윤이 앞에 나타나지못했다. 진우는 큰아버지가 사는 경남 합천군으로 22일 전학, 형의 유서가 담긴 컴퓨터를 싸든채형의 체취가 묻은 임대아파트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떠나갔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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