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과 자민련의 내각제 불씨 지피기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자민련 김종필총재의 연내 내각제 개헌발언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내각제 논의가 신한국당을 중심으로 재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재론되는 내각제 개헌추진의 진원지는 신한국당 김명윤(金命潤)고문과 김윤환(金潤煥)고문이다. 신한국당 민주계 원로와 민정계 대표인 두 고문이 내각제 추진의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알려지자 정가에서는 이들이 여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대표와의 교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김명윤고문은 『이회창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김종필총재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그러자면 그에게 연대의 명분과 실리를 제공하기 위해 내각제 개헌을 공약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내각제 개헌 추진의사를 밝혔다. 이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국민회의와 양당 대결구도로 몰고 가야 한다는 판단아래 신한국당이 1차 연대목표로 자민련을 꼽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회창후보만들기의 1등 공신인 김윤환고문의 움직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고문은20일 낮 박태준(朴泰俊)의원의 북아현동 자택을 방문해 신한국당 입당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리에서 김고문은 내각제 지상론자인 박의원을 상대로 내각제 연대문제도 깊숙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국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각제 개헌은 자민련과 합의가 이뤄질 경우 보수대연합을 표방하면서 이대표로 후보를 단일화하고 대선공약 등으로 2000년 5월이전에 내각제 개헌을 완료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5대국회중 내각제 추진은 김종필총재에게는 훌륭한 연대명분과 실리를 제공하게 되며 새로운 활동공간을 얻게 되는 박태준의원의 경우도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국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자민련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연내 내각제 개헌을 주장해온 자민련은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신한국당 정강정책을 통해 15대 임기중 개헌을 보장한다면 여권과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김종필(金鍾泌)총재가 지난 18일 9월말 야권 후보단일화 합의시한을연기한 데서도 엿볼수 있다. 내각제 개헌을 위해 개헌선이 가능한 신한국당과의 연대를 강력히희망해 온 김총재입장에서는 여권과의 내각제 협의를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것 같다.
실제로 김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밀사차원이 아닌 신한국당 핵심인사가 직접나서 주기를 바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께 신당동자택을 방문한 김대통령의 밀사수준으로는 내각제 연대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방도를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한국당과 자민련의 내각제 연대가 순조로울 것 같지만은 않다. 우선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정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또 신한국당 내부 비주류의 향방도 문제다. 이인제(李仁濟)전지사의 출마로 가뜩이나 동요하고 있는 비주류에게 탈당의 명분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한국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내각제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반대로 인해 그 실현 가능성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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