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양 유괴살해 현장검증

입력 1997-09-18 00:00:00

박초롱초롱빛나리양(8)을 유괴살해한 전현주씨(28.서울 영등포구 신길동)는 17일 현장검증을 하는동안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임신 8개월의 몸이 무거운 듯 수사관의 부축을 받으며 움직인 전씨는 시종일관 "속죄할 수 있도록 죽게 해달라"라는 말을 되뇌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 경찰기동대차량에 실려 서울 서초경찰서를 출발, 나리양을 처음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 장소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 부근에 도착한 전씨는 "왜 아이스크림 껍데기를버리느냐"며 나리양에게 접근하는 장면을 나리양을대신한 70㎝크기의 플래스틱 인형을 상대로 재연했다.

나리양 살해장소인 극단사무실 계단통로는 성인 한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으며 나리양의사체를 10여일 이상 방치한 탓에 썩는 냄새가 아직도 진동했고 골목으로 난 창가에 누군가 나리양의 죽음을 애도하며 가져다 놓은 국화꽃 두다발과 국화꽃 한 송이가 시든 채 말라있었다.한편 전현주씨는 경찰에 검거되기전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 그리고 범행사실을 알게된 부모의 권유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양 유괴살해 사건을 수사중인 합동수사본부(본부장 배희선)가 16일 공개한 전씨의 자필 진술서에 따르면 전씨는 양심의 가책 등으로 자살을 결심하고 검거 이틀전인 10일 오전 집근처 약국에서 살충제를 구입했다.

전씨는 이 진술서에서 "범행사실을 안 어머니가 자살을 권유했고, 나도 죽을 결심으로 살충제를사서 가지고 다녔다"면서 "형사 아저씨들이 오지 않았다면 자살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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