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국립공원이란 사실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남산 곳곳의 유물을 답사해보지 않은사람들은 남산의 외양이 어디서나 볼 수있는 평범한 산에 불과하기에 국립공원이란 사실을 믿기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남산은 단위면적당 유적분포수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산이다. 허나 국립공원임에도불구하고 남산만큼 허술한 관리와 파괴가 이뤄지는 곳도 보기 드물다. 게다가 국립공원구역에 교도소가 버젓이 들어선 곳도 남산뿐이다. 또 논리가 맞지않는 행정편의주의로 모순투성이의 개발과 규제논리가 판을 치는 곳 역시 남산뿐일게다.
남산은 71년 11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또 85년 사적지로 지정, 문화재보존을 위한 법적토대들이 마련됐다. 문화재보호법과 도시계획법등으로 남산주변에는 건축물의 신축과 증·개축이 엄격히 규제돼고있다. 이른바 '미관지구'설정이 그것이다. 미관지구는 2종부터 5종까지 종류에 따라각종 규제를 받는다. 도로주변에 건축물 높이와 신축까지 허가를 받아야한다. 일정지역은 건축물은 반드시 한옥 골기와를 해야한다는 규정까지 포함하고있다.
그러나 이 역시 멋대로다. 동남산 배반동일대는 반드시 골기와로 된 한옥을 지어야한다. 그래서주민들은 일반 건축물보다 턱없이 비싼 한옥을 짓기위해 비싼 대가를 치르고있다. 물론 경주시에서는 건축비일부를 지원하고있다. 기와재료및 인건비지원명목으로 m당 15만원. 그렇지만 전통한옥은 일반건축물보다 평당 1백50만원가량 차이가 나다보니 지붕은 한국식, 건축물은 서양식인 '혼혈아주택'이 이곳에는 즐비하다. 보리사에서 양산대로 가는 남천옆켠에는 막 신축을 마친 한옥주택이 한채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지붕만 그럴듯한 한옥이지 붉은 벽돌로 벽을올리고 시멘트와 철재로 기둥을 올려 모양새가 이상한 집이 되고말았다. 마을주민들은 턱없이 비싼 한옥을 짓자니 돈을 감당할 수 없고 그냥 짓자니 신축허가가 나지않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괴상망측한 '혼혈아주택'을 지울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있다.
모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남산을 가로질러 서남산 용장마을. 같은 국립공원구역임에도 이곳은 요즘 서양식 전원주택붐이 한창이다. 바로 옆에 한옥건물이 즐비한데도 이곳만은 유독 통나무집과 넓은 잔디가 깔린 양옥이 길게 늘어서있다. 물론 천년고도 경주에 유독 한옥만이 위치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곳을 터전으로 삼는 경주시민에게는 가혹한 일이다. 허나 같은 국립공원구역내에서 한쪽은 양옥건축허가가 남발되고 한쪽은 값비싼 전통한옥만을 고집하는 행정논리를 순순히 납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행정당국은 도로변에 위치한 거리에 따라 건축물규제정도가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 비웃고있다.
서남산 삼릉에서 1km가량 떨어진 경주교도소. 73년 남산기슭에 2만여평규모로 건립됐다.'국립공원에 웬 교도소?'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국립공원구역으로 지정된 후에건립됐다니 더욱 아리송하다. 전생에 업이 많은 죄수들이 사는 교도소이니 어쩌면 부처의 자비가더욱 필요할지도 모를 일. 하나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득 품고있는 남산에 교도소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경주지역 시민단체들은 교도소이전을 요구해왔다. 법무부 교정당국도 장기적으로는 교도소이전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산주변은 지금도 파괴되고 있다. 그것도 보존과 관리책임을 맡은 행정당국의 나태와 몰상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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