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지방에서 문예지 그것도 시전문지를 생산해낸다는 것은 무모한 짓으로 통했다. 전국의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의 문예지도 운영난으로 허덕이는 마당에 빈약한 운영비는 차치하고양질의 원고모으기도 어려운 지방의 경우 더욱 말할 것도 없다는 논리때문이다.이같은 편견을 보기좋게 불식시키고 콧대 센 서울문인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시전문지가있다. 계간 '시와 반시'. 정기구독자만도 1천여명에 이르는등 이 책이 창간 5년만에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지역문학의 자존심찾기와 문학저널의 새로운 지평열기가 바로 '시와 반시'가 기록한5년동안의 대차대조표.
최근 창간 5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시와 반시 기획편집위원들을 만났다. 구석본, 강현국, 박재열씨. 세 사람 모두 이제 막 50줄에 접어든 중견시인들.
"지역문인들을 홀대하는 중앙문예지들의 횡포와 패배감을 피부로 느끼면서 지방에서도 능히 할수 있다는 오기와 반발심이 이뤄낸 결과지요". 특유의 붙임성과 부지런함때문에 바깥살림을 도맡고 있는 구석본씨는 "처음 문예지 유통구조에 대한 예비지식조차 없이 환상만으로 책을 내기 시작했다"며 92년 창간당시를 회고했다. 무작정 창간호를 서울,부산지역의 서점에 소포로 발송했더니 "왜 팔리지도 않는 이런 책을 보냈냐"며 역정부터 내더라는 얘기는 '시와 반시'의 출발이 순탄치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콧방귀와 깊어만가는 속앓이. 하지만 책호수가 거듭되자 독자들의 손에 닿는 횟수도 조금씩 늘고 불과 몇년만에 오히려 왜 책을 보내지않느냐며 전화주문까지 들어오는등 사정이 바뀌었다.
"스스로 중앙문단에 기대는 지역문인들의 나약한 자화상과 보잘것없는 지방의 문학저변등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는 강현국씨는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당할수만은 없다는 것이당시 유일한 믿는 구석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창간했지만 늘어나는 적자는 물론 좋은 원고마저없었다. 돈과 양질의 원고, 판매망의 결핍, 결핍, 결핍…. 이런 악조건에서도 '좋은 시만을 담아낸다'는 엄격한 편집방침을 지키기위한 담금질과 질좋은 문예지에 대한 욕망으로 이뤄낸 결과가 바로 '시와 반시'라는게 박재열씨의 성공풀이다.
어느정도 숨돌릴 틈이 생긴후 문학저변 확대를 위해 곧장 '문예대학'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시,소설창작과정 수강생만도 4백여명. 그냥 떠나보내지 않고 기수별로 동아리를 만들어 창작의욕을북돋워나가는등 체계적인 관리를 서둘렀다. 이들의 작품발표 욕구를 어느정도나마 수용하기 위해올 봄 아마추어문예지 '생각과 느낌'도 창간했다.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체된 문학성을더욱 고취시키기 위해 최신 해외문예이론과 각국 시인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학술총서도 기획, '크리스테바 읽기'에 이어 '세계 30대 시인선'도 조만간 출간한다. 또 보다 전문적인 창작교육프로그램(3학기)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들 기획편집위원들은 요즘 점차 매너리즘에 젖어드는 '시와 반시'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많은 원고들이 실험성이 떨어지고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야한다는 의식이 점차 무뎌지고 있다는 느낌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연령층의 문인, 학자들을 편집고문, 편집위원으로위촉해 다양한 시각을 반영키로 했다. 책의 형식과 외형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담아낼까 하는 내용적인 측면이 이들의 화두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문학 나아가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신조류를 흡수, 전달하려는 노력이 '시와 반시'의 역할이자 핵"이라는 박재열씨의 설명은 앞으로의 지향점을 대변해준다.
'엄정한 눈,열린 마음, 깨어있는 의식'. 이들이 창간호에서 밝힌 편집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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