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건설사업 수정안 의미

입력 1997-09-10 15:31:00

"주먹구구 계획… 국민부담만 늘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경부고속철도사업의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최종적으로 재조정됐다.경부고속철도건설공단이 내놓은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정계획안 은 총사업비를 당초 계획의3배, 개통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년11개월, 수정계획보다 3년6개월 늦은 2005년11월로 잡고 있다.공단은 건설교통부의 용역의뢰를 받아 교통개발연구원과 함께 수정계획안을 작성했기 때문에 공단의 안은 사실상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획에서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사업비가 대폭 늘어나고 개통시기가 크게 늦춰진 점이다. 대전.대구구간 지하화, 경주.상리노선 변경 등 사업계획이 수정되고 물가상승 등 변동요인이 발생해사업비와 사업기간 재조정이 불가피했다는게 정부와공단의 설명이다.

정부와 공단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당초 계획과 1차 수정계획이 모두 주먹구구식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에 따른 부담은 물론 고스란히 국민이 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설명은 단군이래 최대 규모라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계획변경 등을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주민의 집단민원 등이사업계획 변경의 이유라고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이번에 발표된 수정계획도 최종안이라고 믿기어렵다.

대전, 대구역사의 지하화를 비롯, 차량기지 등 여론이 엇갈려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집단민원 소지가 큰 사안은 아직도 많다. 정권교체후 경제적, 기술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사업계획이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사업비 증액내역에 지금까지 없던 공사물량증가에 대비한 예비비 6천37억원을 넣어놓은 것도 사업계획이 바뀔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환균(李桓均) 건교부 장관은 사업계획이 다시조정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속철도사업은 정권적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산업인구와 경부축의 교통수요, 즉 교통난 해소와 물류비 절감을 위한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봐야 하며 그런차원에서 이번 안이 마련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공단은 이번에 제시한 5가지 안 중에서 서울~대구구간을 2003년7월에 먼저 개통하고 대구~부산간은 기존 선로를 전철화해 이용한 후 2005년11월에 전면 개통하는 안을 상대적으로 가장우수한 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안은 제4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이 안은 서울~대구구간을 먼저 개통하더라도 지하화할 대전, 대구역사는 2005년11월에나 이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대전, 대구역 구간을 지상으로 연결하고 대구~부산간은 기존 선로를 전철화하는 이 안이 채택될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2시간40분이 걸린다. 대전, 대구역사를 지하구간으로 통과해 서울~부산 전구간을 신설 고속철도로 갈 경우의 1시간56분에 비해 44분이 더 걸린다.제4안의 총 사업비는 기본대안의 사업비 17조6천2백94억원에 기존선과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연결선 사업비 3천6백19억원을 합해 17조9천9백13억원이다.

정부는 고속철도를 건설할 경우 기존선은 화물전용으로 돌려 써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기존 선로가 물류를 염두에 두고 건설된 것이 아니라는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선로는 물류수요가 많은 공단위주로 건설된 것이 아니라 경부축의 여객수송에 중점을 두고 건설됐다. 따라서 기존선을 화물전용으로 돌려 물류비를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은 과장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밖에 대전, 대구역사를 지하화했을 경우의 안전문제를 비롯, 재원조달방안, 세수부족으로 긴축예산이 필요한 때 기존선의 조기 전철화에 따른 재정부담 등 문제는 아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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