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 개업선물 '먼저받자' 난장판

입력 1997-09-10 14:53:00

대구시 남구 대명10동에서 대형 할인점이 문을 연 9일 오후 할인점 입구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개업 첫날이라 한꺼번에 고객들이 모여 개업선물을 받기 위해 직원과 주부들의 실랑이가시작됐다.

줄을 서야 선물을 주겠다는 할인점 측과 "줄 설 틈이 어디있느냐"며 아우성을 치는 주부들. "빨리내 놓아라"는 고함이 연발했다. 아기 업은 새댁도 육순을 넘긴 할머니도 하나같이 선물상자 앞으로 모였다. 선물이라고 해야 두개들이 컵. 요금 계산대에서 나눠줬어야 할 선물을 실내가 복잡하다며 밖으로 나왔던 직원들의 실수가 원인제공.

낮 12시 30분. 2백여명의 손님들이 밀고 밀리면서 할인점 개장을 축하하는 화환이 하나 둘 넘어졌다. 손님들의 발길에 짓밟힌 꽃뭉치가 어지럽게 널렸다. 직원들도 기겁을 한 듯 "더 이상 선물을 나눠주지 않겠다"고 했다. 항의가 잇따랐다. 오후 1시부터 다시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이땐줄까지 어느정도 맞췄다. 그것도 잠시, 선물이 모자랄 것이라고 짐작한 주부들이 뒤쪽에서 밀어붙였다. 결국 선물을 나눠주던 할인점 직원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선물상자 주변에 있던 주부들도봉변을 당했다. 한 아주머니가 들고 있던 스무개들이 휴지가 나뒹굴었다. 이곳을 지나던 시내버스와 택시도 가는 길을 멈추고 '추태'를 목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주부는 화환의 꽃을 빼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손에 경품을 쥔 일부 주부는 다시 선물을 받기 위해 영수증 조각을 줍고 있었다. 직원이 넘어진 틈을 타 경품을 몇개씩 빼내는 주부도 보였다.

사람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위험보다 '무조건 받고 보자'는 양심 실종의 현장이었다. 어른들을 따라온 많은 아이들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 선진 유통방식으로 값싼 상품을 대량 공급하는 할인매장. 그러나 이곳을 편하고 손쉽게 이용해야 할 시민들은 양심을 팽개치고 '후진 시민'이 되고 있다. 매장 측의 준비 부족과 무성의를 핑계로.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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