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발언 청와대 반응 혼선

입력 1997-09-06 00:00:00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대선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5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지극히 혼란스런 반응을 보였다.

혼선의 시작은 이날 오전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이 청와대측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식으로 제안한 것이 아니니까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정식으로 제의가 있으면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언급하면서부터.

조수석은 아직 보고도 하지 않아 김영삼대통령의 판단을 알 수 없고, 또 참모인 자신이 논평할사안이 아니라고 첨언하기는 했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뉘앙스를 풍겼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최근 여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보수대연합론'과 연관지어 청와대측과 김총재가 사전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자민련과의 막판 연대설까지 지펴지고 있는 시점에서 공당의 총재가 정치판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개헌문제를 그냥해보는 얘기였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수석보고회의 직후인 오전 11시께부터 분위기는 급변, 청와대 참모들이 한결같이'임기중개헌불가'라는 목소리를 내고 나왔다. 조수석도 뒤늦게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아침에 말한 당공식기구 논의는 정당대표의 발언을 존중하고 청와대가 언급할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조수석은 이어"헌법사항에 손대지 않겠다고 한 김대통령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언급때문에 번진 불씨를 덮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김대통령도 이날 오후 이회창대표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중심제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당의 정강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며 김총재의 내각제 개헌·대선연기 제의를일축하기에 이르렀다.

뒤늦게 청와대측의 분명한 입장표명으로 더 이상의 파문 확산은 막았지만 여권 핵심부가 한동안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확고한 정치적 신념마저 상실하고 있는 이 정권 말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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