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 발언후 정국전망

입력 1997-09-06 00:00:00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가 5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내각제개헌을 추진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선언, 절묘한 수를 던졌다. 이날 신한국당은 한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국민회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되었다. 김총재가 여전히 정국을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축임을입증한 셈이다.

이처럼 이번 15대 대선은 예상한 대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희미하게나마 향후 대선정국을 조망해본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정리하면 일단 몇가지 현상으로 압축된다. 우선은 이번 대선이 다자간 대결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대선고지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 여권은 고정표도 무너지고 내부분열이 지속되는 등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와 조순(趙淳)민주당총재가 여야 주요정당의 대선주자들 못지않게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가에서는 "그렇다면 DJ가 승리할 것인가"하는 대목에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승리여건은 틀림없이 호조건을 맞고 있지만 정권교체, 그것도DJ로의 정권교체가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는 점을 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역풍(逆風)이 불지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대선은 지난 대선과 달리 합종연횡의 개연성이 어느때보다 높다는 지적들이다. 지난 13대 대선때 YS와 DJ가 후보단일화를 하지 못한 것은 수십년간 동고동락을 해왔던 큰 지지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지더라도 자신을 양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는 게일반적인 관측이다. 김대중총재를 제외하면 이회창(李會昌)대표든, 조순총재든, 이인제지사든 이들은 정세에 따라 막판에 중도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고 직접 거느린 식솔들이 별로 없다. 선택을 하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대선에 임박해서 반DJ로 뭉칠 수도 있고 일부가 DJ쪽으로 갈수도 있다. 그만큼 대선구도가 정착된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특정후보 승리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 여권후보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여권에서 후보 교체론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헌정사에 유례가 없다. 정가에서는 이회창대표가 지든 이기든 여권후보로 결국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는 게지배적이다. 그러나 11월쯤에 가서 지는 선거로 판명나면 김영삼대통령과 김윤환(金潤煥)고문 등여권 주요세력들이 끝까지 이대표와 운명을 같이 하겠느냐는데는 다소 의구심이 생긴다. 다른 방도를 찾을 수도 있다. 이같은 엄연한 현실은 대선판을 유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여당이 승리가능성이 있다는 자체판단을 내리면 대선구도는 안정국면을 보일 것은 불문가지다. 아직도 당내에는 당이 결속만 하면 한번 싸워볼만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정가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이다. JP와 여당이손잡는 방안이다. 이회창대표를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지만 내각제 개헌으로 바로 건너뛴다든지아니면 다른 얼굴로 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대표와 김대중총재의 반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추측이다. 이대표의 경우 필패의 진단이 나오면 김대통령과 김윤환고문 등이 발을 빼고 이대표를 압박할 경우이대표가 버티지 못하고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승리가능성이 높아 이에 시큰둥한 김대중총재도 여타 정파들이 고립작전에 들어갈 경우 정계개편에 가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같은 여러가지 가정이 현시점에서 보면 현실성이 떨어지겠지만 정치권이 내각제를 고리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확률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가의 일부시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민족의 대이동 추석, 이인제지사 출마 여부, 야권후보단일화 1차협상시한, 조순서울시장의 민주당후보 추대 등이 이뤄지는 9월은 변화무쌍한 이번 대선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오는 10월부터가 오히려 대선국면이 본격적으로 요동을 칠 전망이다. 오히려 이번 대선전은 대선에임박해서까지 혼미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현시점에서는 DJ는 국민 선두지지를바탕으로 JP와 야권 후보단일화에 힘쓸 것이고 JP는 야권 후보단일화와 여권과의 내각제 개헌을추진하는 곡예를 펼치면서 정국주도권을 잡으려할 게 뻔하다. 그리고 김영삼대통령과 김윤환고문은 이회창대표를 당선시키기위해 전력하면서도 JP와의 연대 등을 통해 DJ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포기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국의 소용돌이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민주당 조순총재는 지지율을 제고시키려는데 안간힘을 기울일 것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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