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이 살렸다"
대구시 서구 이현동 염색공단 한모퉁이 간판조차 없는 허름한 나염업체. 하지만 이곳에는 종업원60명의 소중한 꿈이 영글어 있다. '일어나 뛴다'는 뜻의 기주(起走)산업.
한때 연대 보증을 섰던 원청업체의 부도로 맥없이 쓰러졌으나 묵묵히 기계 옆을 지킨 종업원들이자신들도 설마했던 회사 재건에 성공한 곳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죠. 부도 소식이 전해진뒤 하나둘 마당에 모인 종업원들이 만장일치로 기계를 다시 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기술력 하나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한몫을 했습니다" 즉석 대책회의를 통해 부도당일 회사 전무에서 졸지에 사장이 되어버린 기주산업 대표 김주군씨(50)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부도 처리된 것은 지난해 11월 말. 현 김사장이 섬유인으로서 그토록 존경한다는 전사장 신모씨(52)도 자취를 감췄다. 전임 사장 신씨는 부도나던날 은행에서 찾은 돈중 절반인 1천만원을 책상 서랍에 남겨두고 떠났다. 아직도 사장실을 고스란히 비워두고 있는 김씨는 "부도로 도피하면서 종업원들 몫이라며 돈주고 가는 사장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반드시 다시 회사에 돌아올 것을 믿어 사장실을 비워놓고 있다"고 했다. 현재 신사장의 아들 신모군(25·영남대 3년)은 학비를 벌기 위해 야간으로 대학을 옮긴뒤 낮 시간에는 아버지가 사장으로 있던 업체의 종업원으로일하고 있다.
공단 입주 업체 113개중 14개가 부도나 휴업으로 문을 닫은 염색 공단. 공단이 생긴 이후 최악의가동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주산업은 올해 임금을 6%% 올렸다.
김사장은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핵심 기술자들이 자리를 지켜준 탓에 정상화가 가능했습니다.부도나기 전 공단에 밀려있던 전기료와 물값까지 모두 해결했습니다"고 전했다. 물론 여기에는기주산업의 나염기술을 신뢰, 물량 확보와 현금 결제를 해주고 있는 거래처들의 덕도 크다.기주산업에는 번듯한 사훈은 없지만 모든 종업원이 공감하는 신조가 있다. '번만큼 똑같이 나눠가지고 다시 쓰러지더라도 서로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李宰協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