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한해농사 포도도둑

입력 1997-09-04 14:15:00

"밤새 지킬수도 없고…"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노부모님 슬하에서 갓 고교를 졸업히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인이다.

여태껏 포도농사로 4남매를 키우신 아버지는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익어가는 포도를 보며 웃음을 잃지않았는데 이젠 그 웃음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며칠전 한해동안 힘들게 가꿔온 포도를 도둑맞은 것이다. 밭에 열린 포도의 절반 가량을 잃어버리신 아버지의 허탈한 모습을 보니 나도 안타깝다.

한번 도둑을 맞고서는 남은 포도조차 뺏기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잠을 제대로 못주무신다. 그렇다고 해서 밤낮으로 밭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우리집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집에서는 수확한 포도를 박스째 몽땅 가져가고 가을엔 벼를 훔쳐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너무 서글픈 현실이다.

이선희 (대구시 이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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