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유통

입력 1997-08-30 14:22:00

과거에는 유통은 장사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사정이 다르다. 유통은 시설과 운영개선, 정보와 고객관리 등 경영기법의 개발과 혁신 그리고 각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가 된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대구지역의 농산물시장을 포함한 유통부문의 시설투자 확대와 운용개선은 시급한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유통시장의 개방으로 까르프나 마크로 등 외국의 유명 유통업체가 수도권지역에 진출하면서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던 롯데, 신세계 등 서울의 대형유통업체들이 이에 맞서지 못하고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방유통업체들이 위협받기 시작한것이다.

◈대형업체 지방공략 가속화

최근 부산지역에 진출한 대형백화점과의 경쟁에서 져 부도가 난 태화쇼핑의 사례는 지방유통시장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대구지역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롯데, 신세계, 뉴코아, 삼성물산, 까르프 등 쟁쟁한 국내외 유통업체들이 대구지역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자금, 상품, 서비스, 마케팅능력 등에서의 압도적인우위를 바탕으로 대구의 토착 유통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대구백화점이나 동아백화점도향토애가 아닌 과감한 시설투자, 서비스개선, 다양한 판매전략 등 새로운 경쟁력을 길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유통종사자 인식전환 필요

문제의 심각성은 농산물 유통분야도 마찬가지다.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대구지역의 농산물 유통분야의 종사자들의 생각과 행동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대구 북부 도매시장의 경우 채소류의 70%% 가량이 불법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도매시장 전반에 문제가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도매시장이나 물류센터 등 유통시설이 부족하고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아 수송, 저장, 가공 판매 등 농산물 유통의 효율성이 다른 지역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대구지역의 유통시설 여건은 시민들의 농산물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에 부족하다. 북부농수산물 도매시장이나 대구공판장, 북대구공판장의 시설과 규모로는 현재의 유통 수요를 감당하기어렵다. 따라서 날로 증가하는 대구지역의 교통량이나 인구, 도시지역의 확대 등을 감안할 때 동부지역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건설은 매우 긴요하다. 이같은 측면에서 당초 건설 예정으로 되어있던 동부지역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건설계획이 취소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이제 대구는 비대해진 몸통에 걸맞는 유통시설의 확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또 대구지방 유통부문의 중요성에 대한 시당국의 인식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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