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코르누코피아

입력 1997-08-30 14:50:00

찌는듯한 무더위가 지나면 가을이 오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때가 있으면 순풍에 돛단듯이잘 나갈때도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대조국면에 대한 기대심리를 통해 답답할 때는우리 스스로를 달래는 희망을 주고, 좋을 때는 자신을 겸허하게 하는 세상일의 이치이다. 만약 어려운 중에 변화의 조짐으로 여겨지는 어떤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한없이 지속된다고 여겨지면 평범한 우리의 마음은 절망에 다가선다.

사람들은 이렇듯 세상이치에 벗어난 무한상황을 코르누코피아에 견준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어린 제우스는 아말테이아라는 양의 젖을 먹고 자라는데 코르누코피아라 불리는 이 양의 뿔에서는 끝도 없이 꽃과 과실과 곡식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코르누코피아는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고 '고갈되지 않음'의 의미를 통해 '끝없음'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끝없이계속되는 경제위기는 경제불안의 코르누코피아에 견줄 수 있다.

한보사태가 발생한 후 우리 경제는 8개월이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방황하고 있다. 그사이 중소기업은 물론 기아사태를 필두로 웬만한 대기업들도 줄줄이 무너지고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여신이 누적된 은행과 종금사를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상황까지맞고 있다. 이 가운데 증권시장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금리 또한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이렇게 거듭되는 경제불안 속에서도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란 경기변동을 타기도 하고 때로는 위기상황도 맞을 수 있으나 현상타개의 기대심리가 조성되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경제적 고통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위기관리 능력과 국민 공감대를 이끄는 리더십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다. 이들의 일관된 의지와 신념은 경제불안의 코르누코피아를 그야말로 '풍요의 뿔'로 바꿀 수도 있다. 반면 희망을 주는 대안의 부재는 걱정의 수준을 넘어 공황심리로 이끈다.

〈계명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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