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늦더위를 '며느리 볕'이라 한다. 며느리가 미운 시어머니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말이다. 처서가 지나면 타는 더위의 고개가 좀 숙져야 하는데도 계속되니 시어머니의 심술이 도졌던 모양이다. 따뜻한 봄 햇살은 딸을 쬐이게 하고 타는 가을 볕은 며느리를 쬐이게 한다는 속담 또한 같은 입장에서 생성된 것이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서로 주부권(主婦權)을 행사하기 위하여 싸우기도 하고, 아들 혹은 남편의소유권(?)을 두고 싸우기도 한다. 예전에는 물론 시어머니가 주부권을 행사해왔고, 시어머니가 그의 아들을 소유해왔다. 이 때문에 주부권을 뺏긴 며느리, 혹은 남편을 뺏긴 며느리는 시어머니에대한 불만이 쌓이게 되었으며 그것은 심각한 갈등문제로 나타났다. 여름이 거의 지나가고 가을이되어 가는데도 더위는 식을 줄 모르니 가을 더위에 '며느리'라는 이름을 덮어씌워 '며느리 볕'이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서양은 이와 달라서 늦더위를 '늙은 장모의 더위'라고 한다. 이 말에는 장모에게 불만이가득한 사위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장가를 들었는데도 장모가 강한 여권을 그의 아내와 더불어 자신에게 행사했던 모양이다. 이 사회는 우리 나라와 달리 주부권을 며느리가 행사해왔고, 남편에 대한 소유권 역시 며느리의 몫이었다. 그러니 이 말에는 여성이 큰소리 치고 살 수 있는 문화구조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처서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지리한 늦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더위를 시어머니의 심술이 담겨있는 며느리 볕이라고 부르기에는 여권이 너무나 신장되어 있다. 더위를 수식하는 말에서조차 문화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는것 같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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