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북한 대사가 망명했다. 장승길대사. 그는 차관급 고위 관리로 북한이 중동과 아프리카는물론 제3세계 비동맹 외교거점으로 중요시하는 노른자 해외공관인 이집트 주재 현직 대사이다.그는 파리에서 외화벌이 일꾼으로 일하고 있는 형 장승호참사관과 '동시거사'하여 현재 미국정부의 임시입국허가를 받아낸 상태에서 망명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미국무부 대변인이 확인해 준망명자는 장대사 내외와 형등 3명이지만 장대사의 아들 형수 조카등 4명도 곧 미국으로의 망명이추가로 확인될 전망이다.
⊙불확실한 미래, 망명 원인
지난 2월 황장엽비서의 중국을 경유한 망명의 충격과 그가 털어놓은 이른바 황장엽리스트란 '뜨거운 감자'가 정가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현직 북한대사의 망명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엘리트계층인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거주하며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누린다. 그들이 알고있는 국제사회와 조국의 사정은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북한 엘리트들의 고민과 상심은 외부세계를 너무 많이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북한 전문가들이 엘리트계층의 '탈북 도미노'를 점치고 있는 것도 북한의 불확실한 미래와 신뢰할 수 없는 체제에 대한 불안이 망명 또는 귀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북한 외교관들의 망명도미노현상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직업상 '희망없음'과 '붕괴직전'임을 피부로 감지하고 있는 외교관들은 마음속으로 슬슬 보따리를 싸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영환 전콩고주재 서기관과 현성일 전잠비아 주재 서기관의 귀순이 하나의 조짐이었다면 황장엽전노동당비서의 망명에 이은 장성길대사의 가족망명은 북한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환점으로작용할 것 같아 예사롭지 않다.
⊙망명도미노 심화될듯
망명은 체제가 불안할 때 발생한다. 등따뜻하고 배부르며 목숨이 위태롭지 않을땐 도망자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81년 12월 폴란드가 혼란에 빠졌을 때 로무알트 스파소프스키 주미(駐美) 폴란드대사가 부인과딸내외를 데리고 미국에 망명했다. 이어 지스와프 루라시 주일(駐日)대사를 비롯한 12명의 고위급외교관들이 단체망명해버리자 폴란드정부는 체제자체가 붕괴해 버리고 말았다.걸프전에 이어 미국의 경제봉쇄로 체제유지가 어려웠던 이라크에도 후샴 알샤위 주(駐) 캐나다대사와 하미드 알완알 주부리 주 튀니지대사가 영국에 망명하여 후세인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후 95년말엔 후세인의 사위인 후세인 가멜 하산중장과 그의 동생이 요르단에 망명하여 후세인의입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안보관계, 우리요원 조사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경거망동을 해서는 안된다. 남이 어려운 일을 당했거나 슬픈일을 당했을땐 웃거나 큰소리로 떠들어선 안된다. 북한은 보통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떤 방법으로 보복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대사의 망명희망지가 미국이라면 우선 그대로 두고 추이를 지켜보면된다. 다만 황장엽비서의 조사과정에 미국의 요원들을 참여시켰듯이 장대사의 조사에 우리의 요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한반도의 안보와 직결되는 부분은 우리도 조사할 수 있도록 미국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장대사 가족들의 동반망명이 북한으로선 큰 타격으로 우선 미사일 협상은 거부했으나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식량문제해결과 북미관계개선이 급하기 때문에 4자회담거부와 같은 서투른 짓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대사 일행의 거취는 국제관례대로 본인이 정하게 하고 우리는 그가 안정을 얻고 정착할 수 있도록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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