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입양자매 20년만에 대구방문

입력 1997-08-28 00:00:00

진달래빛으로 곱게 차려입은 한복이 어색하지 않은 두 아가씨가 한국을 찾아왔다. 생김새는 분명한국사람이지만 이들의 국적은 독일. 말도 배우기 전에 한국을 떠나 낯선 독일로 입양됐지만 이들의 고향은 분명 한국이다.

미숙 아우어(23)와 은주 아우어(18).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은 한집에 입양된 것이 인연이돼 서로 자매가 됐다. 미숙이는 생후 7개월, 은주는 4살때 독일 소도시 키르샤트에 사는 아우어씨집으로 갔다. 그리고 이들은 20년만에 양어머니 잉게 아우어씨(53)의 손을 잡고 나란히 친부모의나라를 찾아왔다. 어느새 미숙이는 유치원 교사로, 은주는 미용사로 성장해 있었다."길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이 모두 나하고 닮았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한국에 온 지 3주밖에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한국 적응도 빨라 처음 먹는 된장찌개며 김치가 싫지 않다고.그러나 이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아픈 과거의 그림자로 남아있다. 친부모를 만나고 싶지 않느냐는질문에 말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를 버린 사람이란 원망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일까. 미숙이는경기도 화성군 한 고아원에서, 은주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발견됐다.

두자매가 대구를 찾아온 것은 10년전 이연희 전남구청장이 대구시 가정복지과장으로 있을때 독일을 방문, 우연히 명함을 건네준 것이 인연.

양어머니 잉게 아우어씨에게 두 한국인 양녀의 성장은 남달랐다.

"은주가 우리에게 부모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된 것은 독일로 건너온 지 6개월이 지나서 였어요.'엄마 아빠가 생겼다'며 온 집안을 뛰어다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다음달 1일이면 미숙이와 은주는 다시 독일로 떠난다. 언제 다시 한국땅을 밟을지 알 수 없다. 한국사람의 친절함에 감동했다는 미숙이, 처음 본 H.O.T에 반해버린 은주.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다시 올거예요. 그리고 한국도 친부모님도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해 볼게요. 엄마가 그러셨어요.결혼해서 아이를 길러보면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친부모의 심정을 알거라고…"〈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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