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문화재단체의 기여 방안도

입력 1997-08-27 15:11:00

문화재의 발굴과 보존을 얼마만큼 잘 하느냐에 따라 선진국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색창연한 유럽의 여러나라들은 비록 치욕스런 역사를 간직한 것이라 하더라도 부서진 돌기둥하나도 소중히 관리하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함께 세계판도를 좌지우지했던 구 소련이 그들의 공산이념에 맞지 않는 종교건물들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보존해온 것을 보면 높은수준의 문화국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일천(日淺)한 북미대륙도 나름대로 인디언문화유적들을 정돈해서 잘 관리하고 있으며, 유럽문명을 모방한 건조물(建造物)도 보수·유지가 잘되고 있다. 결국 그렇게 함으로써 '굴뚝 없는산업'이라는 관광산업을 육성,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 관리실정은 선진문화국들에 비해 아주 뒤떨어져있다. 문화재의 발굴·보존·유지관리에 정부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나 관련학계나 시민단체들의 지적처럼 소극적이고 미미하기짝이 없다. 이렇게 된 근본 이유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지상 문화재대부분이 목조(木造)이고, 잦은외침(外侵)과 변란(變亂)으로 보존자체가 어려운 탓도 있다. 그러나 매장문화재는 우리자신이 소홀히 다뤄왔기 때문에 도굴꾼들에 의해 많이 훼손·유출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국권상실로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열강들에 의해 무단반출된 사례가 수도 없고, 외국의 유명박물관엔 찾을 길없는 우리 유산들이 수두룩하다.

때늦게나마 정부가 '문화재 사전 지표조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으로 관계법을 개정, 정기국회에서통과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모든 건설공사는 계획입안단계에서 전문가들의 지표조사를 통해 매장문화재의 존재여부를 확인토록 한 것이다. 시·도지사는 지표조사결과를문체부에 보고토록 했으며 국가기관에서 개발코자 할때는 문화재에 관한 사전협의를 의무화한 것이다.

문화재사범에 대한 처벌을 대폭강화, 종전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의 경우 10배(1억원)로 높이는등처벌규정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와함께 문화재 수리(修理)도 부실할 경우 설계자와 시공자를처벌할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밖에 문화재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별도기구도 구상하고 있는것 같은데, 문화재관련공무원들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이는 기구키우고 인원늘린다고 문화재행정이 잘 되리란 보장은 없다. 전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여러 민간애호단체들도 함께 나서서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도 이번 법개정에 포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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