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아들론호텔 52년만에 부활

입력 1997-08-25 14:19:00

세계적인 음악가, 영화배우등 유명인사들이 앞다퉈 투숙, 유명호텔의 반열에 올랐다 2차대전 직후의문의 화재로 잿더미가 됐던 유서깊은 베를린 아들론호텔이 52년만에 부활했다.브란덴부르크문이 건너다 보이는 파리저 광장에 건설된 초호화판 아들론호텔이 지난 23일 로만헤어초크 독일 대통령을 비롯한 1천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개관식을 가진 것.1907년 건설된 이후 양 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호텔중 하나로 꼽혔던 아들론호텔에는 1920~1930년대 전설적인 테너 엔리코 카루소와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 찰리 채플린등과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 유명인사들이 대거 투숙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호텔 건축에 큰 도움을 준 장본인이자 첫 투숙객이었던 독일 국왕 빌헬름2세는 '아들론은 내호텔'이라 자랑하며 10만달러의 연 회비를 주고 호화객실을 연중 임대, 귀빈들에게 제공하기도했으며 '꼭지만 돌리면 흘러나오는 물'과 자체 발전을 통한 1백10V의 진공방전관 램프는 베를린 시민들의 화제거리였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기적적으로 아무 피해도 입지않았던 이 호텔은 그러나 불행하게도나치의 무조건 항복 이틀후인 1945년 5월2일 밤 지하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단 30분만에 장난감집처럼 주저앉았다.

당시 승리에 도취된 소련군 병사들이 지하 와인창고에서 질펀한 술파티를 벌이다 담뱃불이 와인통의 밀짚에 옮겨붙어 불이 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않고 있다.

아들론호텔은 그간 냉전의 정점인 베를린 장벽 지역에 위치했었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부활의 희망을 접어뒀으나 통독(統獨) 2년후인 지난 92년 독일의 한 컨소시엄이 재건축에 착수, 2억달러가투입된 3년여의 공사끝에 세계 최고급 호텔로 재탄생했다.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을 비스듬히 맞대고 있는 이 호텔은 이제 20세기초의 풍류와 양 대전의 참화, 냉전의 비극, 통일의 환희를 되새기게 하는 베를린의 새 문화명소로 등장하고 있다.〈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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