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엔 바람둥이가 꽤 많았던 모양이다.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 43명의 대통 령들중 여성편력이나 동성연애등 갖가지 스캔들을 만든 인물은 약 30%%. 세명중 한명이 어떤 형 태로든 크고 작은 성(性고)적인 스캔들과 도덕성을 불신받을수 있는 사건과 가십에 연루된 셈이 다. 서민이 아닌 정치지도자들의 사생활치고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며칠전 클린턴 현직대통령도 한 지방법원에의해 성희롱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는 보도가 나 왔다. 클린턴이 원고 여성의 주장대로 바람둥이였는지는 법원이 가려낼 일이지만 다른 동양권이 나 제3세계 정치지도자들중에도 똑같은 인간적 실수는 많을 법한데도 유난히 미대통령들의 성추 문이 더 많이 노출돼 보이는 것은 그쪽 언론과 정치무대가 자유롭고 분방한 탓도 없잖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스캔들을 즐기는 듯한 미국의 언론도 자국이익이 걸린 전쟁이나 경제적 공황 같은 국가적 위기가 닥칠 때는 스캔들쯤은 눈감아 주는 전통을 갖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무 렵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밀회 스캔들에 침묵을 지켜준 것이나 2차대전중 루스벨트대통령이 2명 의 정부(情婦)를 두었다는 스캔들을 묵인하다시피 한 것이 그런 경우다. 약점과 정치적 스캔들을 파헤치고 폭로만 하기보다는 정치적 안정이라는 애국적 이익을 먼저 보 호하는 쪽이다. 무턱댄 폭로와 응징보다는 정치적 스캔들을 적절히, 또 관대하게 조정해나가는 정 치감각을 지녔던 것이다.
단지 스캔들과 추문이 끝까지 철저하게 응징된 것을 스캔들 그 자체의 죄과보다는 추문을 은폐하 거나 의심을 부인(否認)하는 부정직 그자체를 더 나쁘게 봤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시인하고 사과 하면 관대해지지만 끝까지 은폐를 기도하고 진실을 속이면 철저히 응징해온 것이 미국적인 스캔 들처리 스타일이다.
최근 우리 정치판에서 여.야가 치고 받는 폭로성 스캔들과 흠집내기 시비를 보면 유연한 관대함 도, 솔직하고 정직한 고백도, 애국적 이익을 고려하는 책임도 없어 보인다. 그저 헐뜯고 뜬구름 잡는 폭로와 일단 상처나 입혀놓고 보자는 식으로 스캔들을 다룬다. 그러다 적당히 시간이 흐르고 또 다른 쟁점이 떠오르면 끝까지 응징하는 의지가 무너진 채 부도 덕을 묵과하고 넘어가 버린다. 시인과 용서를 거친 관용이 아니라 끓다가 식어버리는 근성이다. 병역시비에서부터 기획입북, 색깔 스캔들, 가족사상시비, 군복무 의혹, 자동차보고서 폭로 등… 어 느것 하나 명백한 해명이 완료됐거나 고백과 용서를 통한 관대함으로 처리된 것이 없다. 그야말로 스캔들에서 시작돼 스캔들시비에서 끝나는 지루한 다툼만 계속하고 있다. 국정과 개혁 입법, 경제 회생같은 애국적 이익 은 손톱만큼도 고려되거나 합치된 부분이 없다. 단 한가지, 성 (性)스캔들이 안나온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우리정치인들이 워낙 점잖아서 그런지 정력이 미국 정치인들보다 약해서 그런지 아니면 남자세계에서 허리아래 시비는 않는다 는 전통적 사고가 뿌 리 깊어서인지 알 수 없다.
앞으로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갖가지 정치성 스캔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폭로될 것이 다. 사실인 것도 있고 거짓인 것도 있을 것이다. 정치판에 스캔들과 그에 따른 시비가 전연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지금처럼 스캔들시비를 치졸스럽게 다루고 스캔들 그 자체에만 빠져든 채 민생과 국정이 라는 정치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정치판도 스캔들 시 비를 다루는 정치력을 배울 때가 됐다. 스캔들시비만으로는 결코 건강한 정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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