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삼성의 기아인수음모설

입력 1997-08-23 15:00:00

삼성그룹이 지난3월초 기아자동차인수를 추진하고 이를위해 정부와 공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란내용이 담긴 삼성내부문건의 노출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음모는 없다"는 강격식(姜慶植)부총리의 '삼성·정부 공조'부인이나 "실무자 차원에서 만들어본 보고서로 폐기된 것"이란삼성측의 해명만으로 쉽게 납득되지않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측은 이미 기아자동차와관련, 지난4월의 자동차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보고서문제로 말썽을 일으킨바 있고 그뒤 기아의 부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정부의 태도에 숱한 의문이 제기됐다.

사실 삼성자동차문제는 사업허가때부터 과잉시설시비가 있었고 공장입지와 관련해서도 당초 6공(共)말 대구에 오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이 김영삼정부 들어서면서 부산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부산유치를 추진했던 주역이 현정부의 경제관련부처의 수장이된 강부총리였던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삼성과 정부의 공조음모설이 제기됨으로써 설사 그같은 '음모'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러할개연성을 의심케하는 것이다. 현정부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부산지역에 모처럼 유치된 삼성자동차가 국내의 과잉시설로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경우 이를 유치하는데 앞장선 정치세력에 부담이 될수있음을 짚어볼수 있다.

이같은 '삼성의 기아인수음모'문건은 현재로선 사실여부를 확인할수 없지만 그게 만의 하나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한보사태이상으로 정권의 도덕성과 정책의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다.삼성그룹의 도덕성훼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기아의 부도유예 결정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국면은 물론 자동차산업의 위기초래와 국민경제의 극심한 복합불황을 생각하면 정부와 재벌의 이같은음모의혹 자체가 우리에게 큰 불행이 아닐수 없다. 더욱이 정부가 기아 부도유예이후 경영권포기문제, 진성어음할인등 기업지원면에서 부도유예 적용 재벌그룹가운데 가장 인색했던 점도 쉽게수긍할수 없는 점으로 지적돼 왔다. 또한 공교롭게도 기아의 3자인수문제가 삼성과의 관련설로말썽을 빚고있는 시점에 기업의 원활한 인수합병(M&A)을 위한 정부의 조치들이 발표됨으로써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의혹에대해 단순히 부인(否認)만 하고있을 단계가 아니다. 의혹이 커질수록 정부에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그 결과는 정책수단의 무력화를 가져옴으로써 경제현안의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철저히 밝혀 의혹을 풀어야 한다. 그리고 기아문제를 포함한 그에따른 수습책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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