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기획입북설' 뒷걸음질

입력 1997-08-23 00:00:00

국민회의가 기획입북설을 둘러싼 안기부와의 공방전에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오익제(吳益濟)씨 월북과 관련, 이같은 주장을 첫 제기한 정동영대변인은 22일"기획입북이란 표현을 밀파 혹은 공작으로 해석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공안기관이 오씨 방북을 사전 인지한 의혹이 있다는 뜻으로 '입북방치'정도면 좋겠다"고 후퇴한 것이다.

이때문인 듯 이날 하룻동안 기획입북과 관련한 논평은 단 한차례도 내지 않았다. 이 문제를 가급적이면 피해가려는 듯한 분위기였다.

도청의혹설 해프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회통신과학기술위원인 김영환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실로 찾아와 오씨가 월북전 총재비서실 등에 20여차례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이동통신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공안당국이 통화내역 공개를 요청한 적도 없고 그 내역을 알려주지도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법 감청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 시간도 채 못돼 김의원은 기자실로 다시 와 SK텔레콤 서초지점에서 안기부의 통화내역 통보 협조요청에 응했음을 밝힌뒤 당초주장을 철회했던 것이다. 이같은 해프닝은 그가 당초 "내역은 마그네틱코드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통화한달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는데 문제의 통화가 7월중순부터인 만큼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과 연관지을때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발언취소를 늦추다간 기획입북설처럼 안기부와 또 한번 불리한 공방을 벌여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짙게 깔린 셈이다.당은 이에 앞서 안기부가 기획입북설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을때에도 정치적의도가 있다고강력반발했다가 나중에 김총재의 지시에 따라 제보내용을 전부 제출하는등 가능한한 협조하겠다는 식으로 물러났다.

수세 행보는 무엇보다 연말 대선과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총재가 수위로 나타나고있는 만큼현 상황을 계속 유지해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색깔공방전이 계속될 경우 자칫 돌발변수를 초래하거나 보수층 유권자들을 자극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 당이 22일 김총재의 군경력과사상에 대해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한 해명자료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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