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건설 '사양'분류, 전화위복 계기로 삼자"
최근 은행연합회가 '여신심사체계 선진화 방안'이란 것을 내놓았다. 이는 업종별로 성장업종과 사양업종을 구분해 사양업종에 대해서는 여신심사를 강화, 대출한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놀라운 것은 대구의 '주종산업'인 섬유와 주택건설을 사양산업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섬유와 건설이 사양산업이라니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최근 대구지역의 섬유와 주택건설 두업종의 부가가치가 낮아지고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양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과잉생산과 과당경쟁 때문이다.
섬유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고속직기인 워터제트룸은 2만여대가 적정선인데도 대구경북에는무등록 대수를 포함, 4만여대가 돌아가고 있다. 건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0개정도면 감당할 수있는 주택시장에 2백여개 업체가 난립해 있다.
이러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고 해서 인간의 의식주 가운데 '의(衣)'와 '주(住)'를 해결해주는 두 업종을 사양산업으로 싸잡아 매도해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섬유를 보자. 일찍부터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의 수출정책을 주도해 왔던 효자산업이다. 지난해 섬유는 국제수지면에서 1백2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아직도 외화가득에 있어서는 '내사랑'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대구경제는 섬유비중이 절대적이다. 업체수의 36.9%%,종업원수의 42.4%%,부가가치의37.6%%,총수출의 34.9%%를 차지하는등 지역경제의 절반을 감당하고 있다.
한편으로 섬유는 형상기억합금과 같은 신소재나 고감도섬유등과 같은 첨단부문이 포함돼 있으며패션 디자인 어패럴등의 부문은 고부가가치를 자랑하기도 한다.
섬유는 23개 산업부문 가운데 후방 연관효과가 으뜸이며 취업과 관련한 고용승수 또한 가장 높은산업 가운데 하나다. 선진국중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한 나라는 없으며 이태리와 프랑스,독일의 경우 섬유를 국책산업으로까지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섬유전체를 뭉뚱그려 사양산업으로 규정하는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김영삼대통령도 지난해 섬유의 날 기념사에서 섬유가 사양산업이 아닌 유망산업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지 않았던가.
주택건설 역시 섬유와 함께 대구경제의 대종(大宗)을 이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른바 GDP의14.5%%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기간산업으로서 주거생활의 확충은 물론 사회간접자본시설까지 감당해왔다.
섬유처럼 후방연관효과는 물론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해외시장 진출에도눈을 돌려 가까이는 중국에서부터 멀리는 자메이카를 비롯, 중동부유럽까지 진출하고 있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섬유와 건설이야말로 사양업종은 커녕 영원한 성장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은행연합회가 뒤늦게나마 태도를 바꾸어 이들 업종의 사양화 지정에 대한 언론보도 자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은 천만다행스러운 일이다.
여기에는 매일신문을 비롯한 지역 언론과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등 9개 섬유관련단체, 섬유인, 건설인들이 혼연일체가 돼 연일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그러나 섬유나 건설이라고 해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에까지 자금수혈로 마냥 생명연장을 해달라고 금융기관에 요구할 수는 없다.
차제에 우리 대구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남이 피땀 흘려 개발해 놓으면 무조건 달려들어 과실을챙겨가는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무모한 경영방식, 뭐 좀 된다고 하면 무턱대고 덤벼들어 다 망쳐버리는 안이한 경영자세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동시에 눈을 해외로 돌려 세계화를 달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대구 경제계에 큰 경종을 울려주는 마지막 신호이다. 이번 사건을 대반성의 기회로삼아 섬유업계의 단합과 결의에 찬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건설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21세기에 걸맞은 기술력과 자금력이 없으면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도태돼 마땅하다. 이번사건을 계기로 다같이 살아야 한다는 일체감으로 뭉쳐 대구경제의 르네상스를 이룩하는 전화위복이 될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해 대구경제의 내실을 알차게 다져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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